[중국은, 왜] 그 잘나가던 상하이항 어쩌다..."봄날은 갔다"
텅 빈 컨테이너 야적장마다 산더미
컨테이너 트럭 수송 수요 급전직하
상하이 주변 쿤산 등 생산기지 요동
"100개 공장 중 10개꼴 동남아 이전"
코로나 때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
美ㆍEU 공급망 다변화로 무역량 감소
홍콩의 유력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15일자 보도입니다. 짧게 요약해보겠습니다.
”지난 3월 중국 수출입 무역실적이 예상을 깨고 호조였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 상하이항의 관계자들 생각은 어떨까. 이들은 오히려 향후 무역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상하이 와이가오차오(外高橋) 컨테이너항으로 가는 도로는 한산하고 항구마다 빈 화물 컨테이너가 산처럼 쌓여 있다. 컨테이너 전용 트럭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수출입 실적이 기세를 이어간다면 관문인 항구는 당연히 붐빌 텐데요. 빈 컨테이너와 빈 트럭의 조합 뿐이라니, 듣고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컨테이너 전용 상하이항 아닙니까. 아래 사진을 함께 보실까요.
화위팅 중국 원양해운물류공사 매니저는 SCMP에 “글로벌 무역 바로미터의 하나인 해운업은 지난 3월부터 물량이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회복세를 보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코로나 록다운(전면봉쇄) 영향으로 한번 떠난 고객이 리오프닝한다고 쉽게 돌아온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화위팅 매니저는 “언제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 말하기 어렵다”면서 “동남아로 떠난 고객이 비용이 적게 들고 품질이 보장된다면 왜 돌아오겠는가. 그들은 적어도 여러 바구니에 계란을 두고 싶어할 것”이라고 이 신문에 밝혔습니다.
중국 경제 성장의 3대 축으로 불리는 수출. 중국의 수출 산업은 원자재부터 소재ㆍ부품까지 생산해 조립하고 수출하는 원스톱 구조가 아닙니다. 재조립·가공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미·중 갈등으로 공급망 재편 기류가 거세지면서 탈중국하는 생산 거점들이 동남아로 이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소재ㆍ부품 수입이 줄고 그만큼 조립 완제품 수출 물동량도 줄어드는 거죠. 탈중국ㆍ디커플링의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인 거죠. 물론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EU의 경기 부진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 수요가 줄어든 것도 이유가 됩니다.
코로나 때 도시 전체 봉쇄로 공급망이 교란된 것도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국에서 “다시는 공급망에 인질 잡히지 않겠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라니까요.
SCMP는 화물 트럭 운전사를 인용, “물건을 실으려 자주 찾아가는 상하이 인근 장쑤성 쿤산(昆山)에서는 공장 100개 중 10개가 베트남 등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다”고 전했습니다.
중국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 1~2월 중국 무역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습니다. 수출은 6.8%가 떨어졌고, 수입은 10.2% 하락했다는군요.
최대 교역 대상인 동남아국가연합(ASEAN)에 대한 수출은 9% 늘었지만 2위 교역 파트너인 유럽연합(EU)은 -12.2%를 기록했습니다.
3위인 미국은 어땠을까요.
대미 수출은 21.8% 감소했습니다. 상당히 크죠. 미국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게 심각성을 더합니다.
독일(-16.7%), 대만(-18.1%), 영국(-14.4%), 네덜란드(-3.4%) 순으로 감소폭이 컸습니다.
중국 경제와의 디커플링 효과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중국은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20%를 넘나드는 나라입니다. 수출이 이러면 경제 성장 속도도 직접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때는 10% 이상, 10년 이상 7~8%를 달리던 경제 성장률은 이제 정말, 옛말이 됐습니다.
다시 상하이 컨테이너항 부두입니다.
상하이에서 2010년부터 화물 트럭을 몰고 있는 기사 루칭린은 SCMP에 “상하이에는 화물트럭이 5만대가 넘지만, 실제 수요를 보면 아직은 3만대 정도만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합니다.
이로 인해 수입도 2/3가 줄어들었다는군요. 지난 10여년간 매달 15000위안씩 벌다가 요즘은 4000~5000위안 수준으로 줄었으니 전업까지 고려해야 할 판입니다.
루칭린은 “지난달부터 일감이 조금 늘기는 했지만,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트럭을 팔고 새 일자리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현장의 촉이랄까요. 루칭린의 마지막 한 마디가 강렬하게 머릿속을 맴돕니다.
“봄날이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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