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처분 5년째 첫 삽 못 뜬 '공덕1구역', 공사비 이어 분양대금 갈등

신유진 기자 2023. 4. 1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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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건설경기 나빠지자 분양대금 먼저 받고 착공 진행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4월10일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105-84번지 일대. 정면에 공덕1구역 재건축 사업 공사현장이 보인다./사진=신유진 기자

서울시내 알짜 재건축 현장으로 꼽히는 마포구 '공덕1구역'(마포자이힐스테이트) 사업이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양측은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반년을 허비한 데다 이번엔 분양대금을 둘러싸고 이견 충돌을 보이고 있다. 착공이 지연되면서 자연스럽게 조합원들의 불만도 커진 상황이다.


마포구 알짜 사업지 '공덕1구역' '마·래·푸' 넘본다


지난 4월10일 찾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105-84번지 일대 공덕1구역 재건축 사업지, 시공사는 현대건설·GS건설 컨소시엄이다. 공덕1구역은 지하철 5호선 공덕역과 애오개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으로 마포구 내 알짜 사업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맞은 편엔 마포구 대표 단지로 이른바 '마·래·푸'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위치해 있다.

애오개역 4번 출구에서 나와 직진 후 왼쪽으로 돌아서니 좁은 골목길이 나왔다. 골목길을 약 200m 걸으면 공사 중임을 알리는 가림막이 보였고 바리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가림막 사이로 내부를 살펴보니 며칠 전 내린 비로 흙 위에 물이 차 있었다.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길을 계속 걸으면 또 다른 좁은 도로가 나왔다. 재개발 공사 때문에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식당과 카페가 곳곳에 있었고 전봇대 위에는 '마포대로 16길 피해자모임'이란 단체에서 걸어 놓은 붉은색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였다. 현수막엔 '도로 폐쇄 웬 말이냐. 다 죽이고 공사해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또 다른 길엔 낮은 층의 주택과 상가가 밀집돼 있었다. 연식이 돼 보이는 주점과 공인중개업소, 노래방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이모 씨는 "공덕동이 위치도 좋고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아 살기가 좋은 곳"이라며 "다만 노후화한 건물이 많아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 있었기 때문에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사 가림막이 설치돼 있는 공덕1구역 재건축 사업 현장. /사진=신유진 기자


공사비 인상→분양대금 입금 문제로 갈등 심화


2018년 4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공덕1구역은 5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착공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철거를 마치고 조합원들은 이미 이주를 마쳤다. 앞서 지난해 유이자(6개월 변동)로 대출받은 이주비가 금리 상승(3.30%→4.05%)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로 이어지면서 조합원들은 부담 가중을 호소하고 있다. 당초 지난해 6월 착공한 뒤 같은 해 11월 일반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늦어지면서 계획도 틀어진 상황이다.

착공이 늦어진 이유는 시공사업단이 분양대금이 들어와야 착공할 수 있다고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인상 합의 후 착공에 나선다고 해놓고 돌연 '분양대금 입금 후 착공하겠다'며 입장을 바꿨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앞서 양측은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기도 했다. 공덕1구역은 2017년 3.3㎡당 448만5000원에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건설 원자잿값 급등으로 시공사업단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면서 조합과 갈등이 시작됐다. 반년 넘게 협상을 진행한 끝에 지난 2월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3.3㎡당 공사비를 613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에 협의했다. 공사비 인상 문제를 해결한 뒤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또다시 분양대금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자 조합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좌측으로는 공덕1구역 재건축 사업 공사로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우측에는 낮은 층의 주택과 상가가 밀집돼 있다./ 사진=신유진 기자

조합 관계자는 "공사비는 협의가 됐고 이후 분양대금 문제 등 세부적인 사항과 관련해선 시공사와 협의 중"이라며 "오는 5월 관리처분총회를 준비 중이고 이후 도급계약 변경 총회도 바로 준비해야 한다"며 "현재 착공을 위한 절차를 밟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비 인상 폭이 커서 반발하는 조합원도 있지만 사업이 지연될수록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공사비 인상 등의 문제를 긍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는 11월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라며 "속히 착공을 진행해 빠른 시일 내 입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인 GS건설 관계자는 "조합과 착공 문제에 대해 협의 중"이라며 "입금 뒤 착공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 경기가 좋았을 때는 선착공도 가능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분양대금을 먼저 받고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며 "조합과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전체적인 사항들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덕1구역 재건축은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뒤편 5만8427㎡ 일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22층, 1101가구(임대주택 65가구 포함)의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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