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게더 29%, 바나나맛 우유 13% 올리더니”...빙그레 나홀로 웃었다
매일, 판관비 줄이고도 이익 감소… 빙그레는 9.7%↑
유업계 “원가 부담 같은데 이익률 증가, 가격 인상 때문”
빙그레, 투게더 판매가 29% 올려...바나나맛 우유도 인상
빙그레 “실적 개선, 수출액 증가와 매출 신장에 따른 것”
유제품을 생산하는 주요 업체 가운데 빙그레만이 지난해 실적이 개선됐다.
원유 가격 인상을 비롯한 원부자재 부담 증가와 우유 소비 위축 등으로 유업계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로 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적극적으로 제품 판매 가격을 올린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빙그레는 전년대비 매출(별도 기준) 약 11% 증가한 1조9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89억원으로 전년대비 25% 늘었다. 이러한 실적 개선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은 305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반면 다른 유업체들은 원가 부담 증가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며 실적 악화를 겪었다. 우유 시장 점유율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지난해 매출은 1조9002억원으로 전년보다 6.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3억원으로 전년대비 31% 줄었다.
매일유업도 지난해 매출 1조621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38억원으로 21% 줄었다.
지속 적자를 내고 있는 남양유업도 매출은 늘었지만 적자 폭은 더 커졌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매출은 9463억원이었다. 영업손실은 797억원으로 전년대비 8% 가량 늘어났다.
단백질 음료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일동후디스도 지난해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업계는 ‘빙그레 홀로 실적 개선’에 대해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이 가장 큰 요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유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 인상, 환율 변동 등의 요인은 업계가 공통적으로 겪은 것”이라며 “회사가 판매 및 관리비를 급격히 줄였거나, 크게 흥행한 신제품이나 해외사업이 성공한 게 아니라면 영업이익률을 올릴 만한 것은 가격 인상뿐”이라고 했다.
실제로 일부 유제품 생산 업체는 판관비를 줄였음에도 실적이 악화했지만, 빙그레의 지난해 판관비는 2309억원으로 전년대비 9.7% 늘었다. 같은 기간 매일유업의 판관비는 3527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주원료인 원유(原乳)에 대한 매입 단가도 1㎏당 1100원으로 전년(1076원) 대비 2.23% 늘었다. 원유 가격은 매년 낙농진흥회에서 협상을 통해 결정하고 이 가격을 유업체·낙농가가 따르는 식으로 정해진다.
생산비를 기준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원유 가격은 매년 인상돼왔고, 의무 매입 쿼터제로 인해 유업체들은 인상된 가격에 따라 일정 물량을 매입해왔다.
주원료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은 업계 전체가 같은 상황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빙그레의 지난해 매출 원가도 82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0.7% 늘었다.
빙그레의 실적 개선 배경에는 ‘아이스크림 제품 판매 가격 인상’이 가장 주효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지난해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중 하나인 ‘투게더’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기존 7000원에서 9000원으로 29% 올렸다. ‘붕어싸만코’와 ‘빵또아’ 등도 10~13%가량 인상했다.
빙과류 외 냉장 품목에 대한 가격도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바나나맛 우유는 편의점 기준 지난해 판매가격은 1700원으로 전년 대비 13% 올랐고, 음료 제품인 ‘따옴’ 역시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됐다.
가격 인상에 힘입어 빙그레의 냉동 및 기타품목군 매출은 지난해 5183억원으로 전년대비 18% 증가했다. 냉장품목군 매출도 5283억원으로 5% 늘어났다.
빙그레는 “해외 수출 및 법인 매출이 상승한 영향”이라며 “유제품과 아이스크림 매출도 전체적으로 성장하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빙그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042억원으로 전년(823억) 대비 26.7% 증가했다.
빙그레의 실적개선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들어 또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지난 2월부터 ‘메로나’, ‘비비빅’ 등 주요 바 아이스크림 제품 7종과 ‘슈퍼콘’ 등 콘 아이스크림 제품 2종의 가격을 평균 20% 인상했다. 지난해 2월 투게더, 메로나 등 주요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한지 약 1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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