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박춘섭' 금통위 배턴터치…피벗 기대속 정책영향은 제한적

김혜지 기자 2023. 4. 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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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영·박기영 금통위원 퇴임…각각 비둘기·중도매파
전문가 "큰 변화 아니나 총선 등 고려 땐 확인은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은 오는 5월부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면면이 일부 바뀐 채로 치러진다.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가운데 금통위 내 '배턴 터치'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다만 한은이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p) 올린 뒤 연속 동결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7일 한은에 따르면 박기영, 주상영 금통위원은 오는 20일 임기 종료로 퇴임한다. 후임자로는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조달청장을 지낸 박춘섭 후보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겸 금융경제연구원 원장으로 재직하는 장용성 후보자가 부임할 예정이다.

이에 오는 5월25일 열리는 금통위는 새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위원 교체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성향이 어떻든 통화정책은 현 경제 상황과 향후 전망을 바탕으로 결정하기에 과거 매파(긴축선호)·비둘기파(완화선호)적이었다는 사실이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결국 통화정책은 '데이터 디펜던트(data-dependent·지표 의존적)'라 과거 행적을 비둘기파라고 판단할 수는 있으나 향후에도 비둘기적이라 할 것은 아닌 듯 하다"고 덧붙였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특히 한은이 금리 동결 국면으로 진입한 상태에서는 위원 교체가 영향력을 발휘하긴 힘들다는 예상이 많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은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하지만 금리 인하를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상당 기간은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퇴임하는 주상영 위원이 비둘기 성향이 강한 소위 '왕 비둘기'로 알려진 터라 비둘기파 성향만 약간 순감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는다.

주 위원은 금통위에서 공인된 비둘기파다. 그는 2021년 금리 인상기의 시작부터 인상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내어 왔다.

함께 퇴임하는 박기영 위원은 중도 매파 성향으로 평가되며 임명 이후로 금리 인상에 반대하는 소수의견을 낸 적이 없었다. 지난 3월 금통위원 기자 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피벗(pivot, 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비둘기와 매파는 각자의 날개 한 쪽씩을 떼어내는 셈이다.

장용성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국제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으로서 윤석열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의 자리를 메울 장용성·박춘섭 후보자는 각각 매파와 비둘기파 성향을 띨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두 진영의 날개가 다시 보충돼 성향 변화가 크지 않다는 관측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장용성 후보자에 대해 매파 성향을 우려하지만 금융위 추천이자 기재부 출신인 박춘섭 후보자는 기재부 쪽에 계셨던 분이라 전반적인 경기에 대한 중요도를 생각해 비둘기 성향을 띨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장용성 후보자는 지난해 2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 발표자로 참석해 고용안정목표를 포함한 한은법 개정에 반대한 바 있다. 또 논문에서는 공식 소비자물가지수가 자가주거비, 공공요금 관리로 인한 공공기관 적자 등을 포함하지 않아 실제 물가 상승 압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춘섭 후보자는 과거 거시경제에 관해 뚜렷이 언급한 행적이 없으나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서 비둘기파에 가까운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기재부 출신으로 활동한 정해방 전 금통위원도 임기 초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

시장에서는 내년 총선 등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박 후보자가 정치권과의 가교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는다.

박춘섭 신임 금통위원 후보자의 조달청장 당시 국정감사 모습. /뉴스1

임 연구원은 "금융위의 추천을 받은 박 후보자가 추천 이후 '재정·통화정책 모두 경제 안정과 성장이 목표'라고 발언한 점을 고려하면 성장에 무게를 두면서 완화적인 성향을 보일 걸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 후보자가 언론사에 기고한 내용을 보면 중앙은행은 물가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언급한 만큼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매파)"이라며 "결국 금통위원 전체로 보면 성향 변화는 없다"고 총평했다.

그럼에도 1명이 아닌 2명의 위원 교체라는 점에서 5월 금통위 소수의견이나 의사록 등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표면적으로 비둘기파 1명, 중도 매파 1명의 퇴임으로 금통위원 2명의 교체는 결정적 구도 변화까진 아니나 확인은 필요한 이벤트"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윤석열 정부가 내년 총선 때문에라도 금리 추가 인상을 원치 않으며 특히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압박을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앞선 금리 인상기에 참여하지 않은 위원들이 피벗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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