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중입자치료 시대 연 세브란스… 윤홍인 "암과의 전쟁서 이길 것"

지용준 기자 2023. 4. 17.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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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윤홍인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해마다 증가하는 암 환자… "중입자치료는 방사선 치료법 중 가장 진보"
연세암병원이 오는 5월 중입자치료기 가동을 앞뒀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5층 연구실에서 윤홍인 세브란스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만났다. /사진=지용준 기자
지난 12일 찾은 서울 신촌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지난해 12월 완공한 중입자치료센터는 환자를 맞이할 준비를 끝마친 상태였다. 중입자치료기는 이른바 '암 저격수'로 불린다. 기존 방사선치료나 양성자치료와 비교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연세의료원은 국내에서 처음이자 전 세계 의료기관 중 16번째로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했다. 중입자치료실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총 3실(고정형치료실 1실·갠트리치료실 2실)로 구성했다. 갠트리라는 회전형 치료실을 가지고 있는 기관은 전 세계에서 일본의 의료기관 큐에스티와 야마가타 대학교뿐이다. 연세의료원은 오는 5월 고정형치료실을 시작으로 중입자치료의 첫 포문을 연다. 이후 하반기 갠트리치료 1실을 추가로 가동하고 내년 상반기엔 3실 모두 가동할 계획이다.

중입자치료의 원리는 가속기 싱크로트론이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고정형 또는 회전형 치료기를 통해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만 정밀하게 쏘는 것이다. 사진은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에 설치된 중입자가속기. /사진=연세의료원


국내 최초 중입자치료 도입한 연세암병원


암과의 '전쟁'이 시작됐다. 국내 암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에 대응하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암으로 신규 진단받은 환자 수는 24만7492명이다. 2015년 이후 신규 암 환자가 해마다 증가했고 2019년(25만717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2020년 암 환자 수는 2019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국가 암 등록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9년(10만1849명)과 비교하면 2.4배 늘어난 수준이다. 최근 연구에선 한국 국민의 기대수명인 83.5세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9%에 달한다는 결과도 있다. 10명 중 3명꼴로 암에 걸린다는 의미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5층 연구실에서 윤홍인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를 만났다.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부센터장을 맡고 있는 윤 교수는 "2018년 3월 중입자치료기 도입을 계약을 체결한 이후 5년 만에 가동을 앞뒀다"며 "한국 최초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함께하게 된 것 자체가 기회이고 경험"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입자치료기는 탄소 이온 가속으로 생성된 고에너지 빔을 환자에게 쏘아 암세포를 빠르게 사멸시키고 정상 조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원리로 작동한다. 윤 교수는 "브래그 피크로 불리는 에너지가 암세포에서 최고점을 찍는 물리적인 특성이 있어 주변 조직은 보호하고 종양에만 기존 치료기 대비 2~3배 높은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방사선 치료가 보통 6~7주 정도 시행되는 반면 중입자치료는 평균 4~20번 사이에 끝나는 만큼 이점도 많다"고 강조했다.

윤홍인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중입자치료 대상 암과 앞으로의 치료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지용준 기자


"첫 치료 암종은 전립선암"


중입자치료가 암 환자들에게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방사선종양내과 교수들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이른바 '목트리트먼트' 불리는 실제 상황을 가정한 환자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두 차례 진행했다. 윤 교수는 "내원부터 진료까지 모든 과정을 실제 상황을 가정해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며 "중입자치료를 위한 모든 과정은 기존의 방사선 치료 과정과 흡사한 만큼 팬텀이라는 사람 모형의 인형을 통해 모의 치료를 하는 등 연습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입자치료의 첫 적용 암종은 전립선암이다. 바로 운영하는 중입자치료실이 고정형이라는 점에서 전립선암을 최우선 적용 암종으로 지목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전립선암은 전 세계에서 중입자치료를 가장 많이 시행됐던 암"이라며 "전 세계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 환자의 예후도 괜찮았고 기술적인 부분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립선암 환자 대상으로 다학제 진료를 시작했다"며 "전립선암 치료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이 와서 효과가 될만한 치료를 설명하고 환자와 중입자치료에 대해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중입자치료가 희귀암종 치료에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령이나 기저질환으로 인해서 수술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효과가 큰 비침습적(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해서다. 윤 교수는 "방사선에 저항적인 암들이 있다"며 "육종암과 췌장암처럼 난치성 암종에선 방사선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같은 난치성 암에 중입자치료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중입자치료가 제한적인 암도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두경부암과 피부암 등 유관적 종양 중입자치료엔 제한적"이라며 "뇌종양의 경우에도 중입자치료보단 수술적 치료가 더 낫다"고 말했다.

중입자치료는 일본이 1994년 가장 먼저 도입했고 현재 전 세계 7개국이 운영하고 있다. 의료 선진국인 미국도 도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교수는 "중입자치료엔 보다 진보된 기술이 적용되는 만큼 환자에게 최대 효과를 내 암과의 전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부연했다.

지용준 기자 jyj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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