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에 진심인 하나·KB증권…ESG 펀드 내세운 미래·한투운용

안서진 기자 2023. 4. 1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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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공공재' 금융 경영지표 키워드 ESG⑤] 전담부서 설립부터 금융상품 출시까지… 시장 선점 분주

[편집자주]기업활동의 비재무적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2023년 금융권의 경영 키워드로 떠올랐다. ESG는 2004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정상급 경제 최고경영자(CEO) 50여명에게 보낸 투자 지침서의 키워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금융 트렌드에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 카드, 핀테크 업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ESG 경영활동을 펼친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투자 골자로 천명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시행될 상장기업 ESG 의무 공시제도의 대상과 공시내용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ESG·녹색금융 분야 기업에 대한 올해 정책자금 공금 목표는 5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고금리 시대에 '공공재' 역할을 주문받은 ESG 경영을 외치며 상생금융 확대에 나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한다. ESG 선도 금융기관으로 우뚝 선 금융회사의 경영 현주소를 살펴봤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탈석탄·제로카본' 금융권, 상생금융 꽃 피운다
②100년 농협 다진다… ESG에 진심인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③"사회와 같이 간다"… 동행 택한 보험사 ESG
④'위기 속 기회' 찾는다… 카드·저축은행 '지속가능경영' 앞장
⑤탄소배출권에 진심인 하나·KB증권…ESG 펀드 내세운 미래·한투운용
⑥핀테크, 디지털 금융으로 더 나은 세상 꿈꾼다

국내 금융투자회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사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관련 전담 부서를 꾸리는가 하면 ESG 투자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장 선점에 힘을 싣고 있다.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상황에서 ESG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들 금융사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새 먹거리' 탄소배출권에 꽂힌 증권가


국내 증권사들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했다. 탄소배출권이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크게 규제적·자발적 시장 두 가지로 나뉜다. 규제적 시장에선 정부가 감축 할당량을 의무 부과한다. 이와 달리 자발적 시장에선 기관·개인이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율적으로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선 하나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등 20여개 증권사가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해 탄소 절감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부수 업무로 보고한 증권사는 지난해 3월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4월) ▲KB증권·SK증권·NH투자증권(7월) ▲신한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8월) ▲삼성증권(11월) 등 모두 8곳이다.

하나증권은 지난 2021년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데 이어 2022년엔 자발적 탄소배출권 업무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4월에는 방글라데시 6개 주에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정수시설 123대를 보급하는 등 ESG 경영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시장에선 하나증권이 탄소 시장에서 최초 타이틀을 두 개나 거머쥐면서 선제적으로 입지를 구축, 시장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 역시 탄소배출권 사업에 진심이다. 먼저 KB증권은 지난해 7월 FICC운용본부 내 탄소·에너지금융팀을 신설했다. 올해는 전담 조직을 중심으로 ESG 관련 외부 단체 및 이니셔티브와 연계 강화, 해외 현지법인의 ESG 경영체계 수립, 탄소배출권 관련 사업역량 강화 등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도 올해 탄소금융팀을 신설하고 지난 1월 증권사 최초로 바이오차(BioChar) 기반 자발적 배출권사업에 투자했다.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외 탄소배출권 사업투자와 자발적 및 규제 탄소시장거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ESG 관련 상품을 출시한 곳도 있다. 메리츠증권은 전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시장인 유럽 탄소배출권 선물을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을 운용 중이다. 해당 상품은 ▲메리츠 S&P 유럽탄소배출권 선물 ETN(H) ▲메리츠 S&P 유럽탄소배출권 선물 ETN으로 환헤지 여부에 따라 두 종목으로 출시됐다.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3월 지역아동센터 기부를 위한 '환경 팝업북 만들기'를 시작으로 플로깅, 벽화 그리기 활동 등 올해 사회공헌활동 연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착한 ESG 펀드… 투자자 관심 'UP'


운용업계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SG 선두 주자로 활약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의결권 행사지침)를 도입하고 '스튜어드십본부'를 설립했다. 이후 2021년에는 ESG 전략 수립을 위한 ESG전략본부와 책임투자전략센터를 출범시켰다.

현재 ESG전략본부는 전사적 책임투자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경영부서로서 ESG 리서치, 평가 및 ESG 투자전략 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스튜어드십본부는 수탁자 활동, 의결권 행사 및 주주관여 활동을 주관하고 있으며 책임투자전략센터에선 각 투자 부문이 책임투자 수준 향상을 위해 협력하고 중장기 책임투자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ESG 상품 라인업을 갖춰 투자 저변을 확대하고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힘을 싣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클린산업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국내 주식형펀드인 '미래에셋클린테크펀드'를 포함해 ▲TIGER 탄소효율그린뉴딜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 ▲TIGER Fn신재생에너지 등의 상품을 보유 중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 2017년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고 ESG 경영에 앞장서고 있다. 이후 2020년엔 ESG 경영위원회 신설 및 전담 조직을 신설해 본격적으로 ESG 경영과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한국투자크레딧포커스ESG펀드 ▲한국투자e단기채ESG펀드 ▲한국투자글로벌착한기업ESG펀드 ▲한국투자ESG펀드 ▲ACE ESG액티브 ETF 등 5가지 종류의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그 중 '한국투자 크레딧포커스ESG 펀드'는 2008년 출시 이후 14년간 운용 중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대표적인 국내 채권형 펀드다. 이 펀드는 저평가된 국내 우량 크레딧 채권에 선별 투자해 금리변동 시에도 유기적으로 대응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한다.

KB자산운용도 ESG 펀드를 활발하게 운용하고 있다. 주력 상품으로는 ▲KB ESG성장리더스 ▲KB글로벌 ESG성장리더스 ▲KB주주가치 포커스 등이 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ESG펀드 규모는 3조4451억원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오토웨이타워를 운용하는 펀드가 'GRESB 2022'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5스타(Star)'를 획득, 5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오토웨이타워가 기초자산인 펀드를 대상으로 2017년부터 매년 GRESB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보유한 '이지스 오토웨이타워'는 대표적인 친환경 건물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위치한 이 건축물은 미국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건축물로 인증했다.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경영 조직도 마련된 상태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두고 전사적 ESG 정책과 주요 현안을 심의하고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2020년 11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자체 ESG 평가 시스템을 활용한 '한화ESG히어로펀드'를 선보였다. 이 펀드는 한화자산운용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ESG평가시스템의 결과를 포트폴리오 구축에 반영하고 모든 투자과정에도 적용한다.

삼성자산운용은 2001년 국내 책임투자펀드의 효시인 삼성Eco펀드를 출시한 뒤 업계 최초로 ESG 전담팀을 꾸리고 탈 석탄 정책을 선언했다. 국제 이니셔티브인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에 관한 협의체'에도 가입했다.

안서진 기자 seojin07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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