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4년제 대학 45% 등록금 올렸다…14년 동결 기조 균열
4년제 대학 열에 넷 이상이 올해 학부나 대학원,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 대상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14년째 이어져 온 대학 등록금 동결 기조가 고질적인 대학 재정 위기와 고물가 영향으로 흔들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가 16일 국내 193개 4년제 대학의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86개 대학(44.6%)이 올해 학부, 대학원,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17곳(8.8%)으로, 8개 대학은 경인교대·광주교대·대구교대·부산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청주교대·춘천교대 등 국립대, 9개 사립대학은 동아대·경성대·세한대 등이다. 다만 경성대는 등심위에서 인상을 결정했으나 이후 총장 결정 단계에서 등록금이 동결됐다. 학부 인상률을 보면, 지난해 대비 인상률이 법정 상한선(4.05%)에 근접한 4%대인 대학이 10곳에 달한다. 전주교대·진주교대·세한대·서울신학대의 인상률이 4.04%로 가장 높았다.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는 대신 대학원이나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69곳(35.7%)이었다. 대학원 등록금만 인상한 대학은 강남대·부산대·부산장신대 등 46곳이고,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만 인상한 대학은 가천대·홍익대 등 7곳이다. 대학원과 정원 외 외국인 대상 등록금을 모두 올린 대학은 가톨릭대 등 16곳이다.
정부가 통제해온 학부 등록금뿐 아니라 대학원과 외국인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변칙 등록금 인상’으로 전체 4년제 대학의 절반 가까이가 등록금을 올린 셈이다. 정부 주도의 등록금 동결 기조가 14년여 만에 사실상 균열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과거 이명박 정부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다가 지키기 어렵게 되자 대학 근로장학사업 평가 항목에 ‘등록금 인상률’을 포함시킨 이후 대학들은 2009년부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등록금을 동결해왔다.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정부가 2012년부터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금’을 주도록 연계한 뒤 이런 흐름은 더욱 굳어졌다. 재학생의 소득 수준에 연계해 장학금을 주는 I유형과 달리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동결·인하 등 학비 부담 노력과 연계해 주는 방식이다. 국가장학금Ⅱ 유형 연계를 적용받지 않는 정원 외 외국인 유학생이나 대학원생 등록금의 경우 기존에도 인상한 곳이 있었지만 학부만큼은 대체로 오르지 않은 이유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2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194개 4년제 대학(학부 기준) 중 188곳(96.9%)이 2022학년도 등록금을 동결(180곳) 또는 인하(8곳)했다.
올해 이런 기조가 흔들리며 대학들이 정부 방침에 맞서 학부 등록금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물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는 법정 상한선(3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이 지난해 1.65%에서 올해 4.05%로 크게 높아지면서, 등록금 인상으로 얻는 이익이 정부의 국가장학금Ⅱ 유형 지원액보다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예컨대 동아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을 3.95% 인상으로 받지 못 하게 된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액은 20억원가량이나 등록금 인상으로 추가로 얻게 된 수입은 50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지난 2월 등록금 인상 대학에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지만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추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상황이라,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을 선택하는 대학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고물가 시대이다 보니 인상 가능한 범위가 커져 사회적 비난을 받더라도 등록금 인상을 택하는 대학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대학의 재정난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확대해 (장학금 지원 등의 형태가 아닌) 등록금액 자체를 큰 폭으로 낮추고 국민들의 교육비 부담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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