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희철 감독 "LG 페리는 무서워질 선수, 3차전에 끝내야겠다"
프로농구 창원 LG는 2022-2023 SKT 에이닷 정규리그 마지막 날 주축 선수인 아셈 마레이를 부상으로 잃었다.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한 기쁜 날이었지만 조상현 감독은 웃지 못했다. 마레이는 종아리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았고 LG는 레지 페리를 새로 영입했다.
페리는 미국프로농구(NBA) 경력자다. 올 시즌 NBA 구단과 계약을 맺지 못했지만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준수한 득점력을 자랑했다. KBL에서 뛰는 외국인선수로는 이름값이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몸 상태는 미지수였고 플레이오프라는 큰 경기를 앞두고 팀에 가세했기 때문에 조직력도 변수가 됐다.
페리는 서울 SK와 4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BL 데뷔전을 치렀다. 18분 동안 17득점을 기록했지만 야투 성공률은 41%에 그쳤다. 우격다짐으로 밀고 들어가는 힘과 마무리 능력은 괜찮았다. 외곽 위주의 플레이가 많았는데 정작 외곽슛이 다소 불안했다.
그런데 조상현 감독은 16일 창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단테 커닝햄 대신 페리를 전격 주전으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상현 감독은 "페리는 외곽에서 주로 머무는 성향이 있어 빅맨 김준일을 함께 투입하기로 했다"며 "페리에게는 1대1을 짧게 해달라고 했다. 1대1 공격이 길어지면 국내 선수들이 가만히 서있는다"고 말했다.
페리의 공격 성향을 1차전에서 확인했고 이를 살려보자는 계획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는 전희철 SK 감독도 예상했다. 그는 "능력이 좋은 선수라 2차전에서는 득점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득점 능력이 있는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페리는 조상현 감독의 예상대로 초반부터 외곽에서 슛을 던졌다. 3점슛과 중거리슛은 전반 내내 림을 외면했다. 기존 선수와 페리의 호흡을 바탕으로 야투가 만들어진 장면은 많지 않았다. 급하게 대체 선수로 영입된 선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페리는 후반 들어 전희철 감독의 우려대로 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다. 외곽슛이 3쿼터 초반부터 말을 듣기 시작했다. 또 페리는 경기 내내 리바운드 싸움을 적극적으로 했다. 마레이는 공수의 핵심이자 리바운드 기계였다. 그 공백을 메우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페리는 기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안정된 슛 터치를 바탕으로 하는 폭발적인 스코어러 그 자체였다. 밸런스가 흔들려도 슈팅 마무리가 잘 이뤄졌다. 페리는 3쿼터에만 15점을 터뜨렸다.
4쿼터 들어 심판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잠시 벤치를 지켜야 했다. 저스틴 구탕과 호흡을 맞춘 4쿼터 중반 이후에는 다시 날카로운 득점포가 가동됐다.
LG는 페리와 구탕의 활약으로 종료 13초 전 1점 차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워니의 5반칙 퇴장 이후 코트를 밟은 리온 윌리엄스가 종료 0.6초 전 풋백 득점을 해내면서 LG는 91-92, 1점 차 분패를 당했다.
페리는 2차전에서 이름값을 증명했다. 30분 동안 31득점, 13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54%를 기록했다. 외곽에서만 공격을 펼치지도 않았다. 골밑 공격을 주문한 조상현 감독의 바람대로 페인트존 득점만 18점을 쌓았다.
SK로서는 페리가 날아오르기 시작한 2차전을 잡아낸 것이 정말 큰 수확이 됐다.
2승으로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긴 SK의 전희철 감독은 "3차전에 빨리 끝내야 할 것 같다. 페리는 경기를 치를수록 무서워질 것 같다. 워니와 야투를 하나씩 주고 받는 선수가 될 것 같다"며 "페리가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아 3차전에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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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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