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RA 성과 본 정부… 이제는 美 '반도체 과학법' 차례

김동욱 기자 2023. 4.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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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점철된 미국 반도체 과학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이 국내 배터리업체들에 유리하게 설정되도록 한국 정부가 힘쓴 것처럼 반도체 과학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도체 과학법 요건 완화가 필요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 직접 요청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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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반도체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까다로운 요건으로 점철된 미국 반도체 과학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과학법 요건 완화는 가뭄의 단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규정이 국내 배터리업체들에 유리하게 설정되도록 한국 정부가 힘쓴 것처럼 반도체 과학법에 대해서도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도체 과학법은 시설 투자 인센티브(390억달러·약 51조5600억원)를 포함해 약 527억달러(약 69조6700억원)의 재정지원과 투자세액공제 25%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견제와 미국 반도체산업 부흥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8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효됐다. 당시 반도체업계에서는 미·중 갈등에 한국 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으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투자를 계획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내비쳤다.

미국 투자를 결정한 한국 업체들이 난감해진 건 지난 3월 반도체 과학법 보조금 신청 조건이 공개되면서다. 미 상무부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선 예상 현금흐름 등 산출 방식을 검증할 수 있도록 엑셀 파일 형태로 수익성 지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조금 수령 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거둘 경우 일정 부분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영업기밀이 될 수 있는 반도체 웨이퍼 수율(양품 비율), 연도별 생산량, 연구·개발(R&D) 비용, 생산 첫해 판매 가격, 판매 가격 등락 등의 자료도 요구했다.

반도체 과학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사실상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기술이 집약된 반도체산업 특성상 기밀 유출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최근 "(미국) 패키징 공장 건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반도체 과학법 보조금 지원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반도체 과학법 요건 완화가 필요하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미국 정부에 직접 요청하긴 어렵다. 기업과 정부와의 싸움에서 우위에 있는 건 정부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정부대 정부로 반도체 과학법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도 이 이유에서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 이상 줄었고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등 불황을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가 국내 업체들에 힘이 돼줄 필요가 있다.

이달 말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판은 만들어진 상태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명 'IRA 시즌2'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IRA 세부규정이 나오기 전 미국 정부에 한국 배터리업계의 의견을 강력히 전달했고 한국 업체들에 유리하게 세부규정이 설정됐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반도체 과학법을 주요 의제로 설정해 한국 업체들의 우려를 설명해야 한다. 한국 업체들의 투자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 보조금 요건 완화를 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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