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하자마자 완판, 줄서야 살 수 있는 펀드…수익률 높지만 3억 없는 개인은 못 산다

김효선 기자 2023.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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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벤처펀드, 사모와 공모 수익률 차이 커
사모는 3억원 있거나 전문투자자 요건 갖춰야 가입 가능

김명보(48·남) 씨는 한 지인이 사모펀드를 이용해 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는 절대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쳐다보지도 않았던 김 씨는 지인의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공모주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고, 메자닌(전환사채 등)으로 주로 구성돼 원금 보장도 어느 정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씨는 사모펀드 가입 요건을 보고 마음을 접었다. 사모펀드에 가입하려면 전문투자자 요건을 갖추거나 현금 3억원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하는데 둘 다 해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 시장은 완전히 끝난 것 같았지만, 최근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는 알음알음 완판되고 있다. 출시와 동시에 다 팔리고, 언제 다음 상품이 나오는지 문의하는 투자자가 많다. 사모형 코스닥벤처펀드가 잘 나가는 이유는 수익률이 높은데 손실이 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개인투자자는 접근할 수 없다. 사모펀드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금융당국이 가입 문턱을 대폭 높였기 때문이다. 전문투자자 자격을 갖추거나 현금 3억원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해당 요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권유정 기자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독보적이다. 쿼터백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펀드는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200%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쿼터백자산운용 관계자는 “해당 코스닥벤처펀드는 선순위 수익자에게 갈 수익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후순위 수익자가 가져가는 구조라 펀드 전체 수익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정을 감안해도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의 수익률은 상당히 높다. 제브라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펀드도 올해 수익률이 90%를 상회한다. 그 외에도 수익률이 50%를 넘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는 4개, 40%가 넘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는 5개다. 수익률이 30% 이상인 것은 19개나 된다.

일반 투자자가 은행이나 증권사 지점, 혹은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공모 코스닥벤처펀드는 이에 못 미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삼성코스닥벤처플러스는 31.4% 상승하며 공모 코스닥벤처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현대인베스트가 운용하는 코스닥벤처펀드 4개가 30% 수익률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하지만 그 외엔 대체로 코스닥지수와 비교하면 부진하다. 특히 현대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펀드, 웰컴자산운용의 코스닥벤처펀드 수익률은 3~4%에 그쳤다. 같은 기간(지난 10일 기준) 코스닥지수 상승률이 30.69%에 달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불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시장 육성과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2018년 도입된 펀드다. 펀드 투자금의 50% 이상을 코스닥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모와 사모 수익률 차이가 극명한 이유는 사모 코스닥벤처펀드의 경우 코스닥벤처펀드 요건을 주로 메자닌(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으로 채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메자닌으로 사들이면 해당 기업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실현하고 주가가 안 오르면 채권으로 원금을 보장받을 수 있어 안정적이고 수익을 많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언제든 가입자를 받아야 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출시 때 금액을 채우고 운용하기 때문에 만기일에 맞춰 메자닌을 편입하기 수월한 것이다. 게다가 사모펀드의 경우 공모펀드와 달리 펀드 내 편입종목 수와 관련한 규제가 없고 펀드 공시 의무가 없어 보다 자유로운 운용이 가능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그나마 최근 코스닥지수가 많이 올라 그렇지, 지수가 부진했다면 공모와 사모의 수익률 격차는 훨씬 심했을 것”이라며 “요즘 코스닥벤처펀드에 가입하려면 회사 경영진과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이거나 아니면 이름을 적어놓고 오래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개인 투자자는 사모펀드에 투자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현실이다. 자본시장법 개정 이후 판매사의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펀드 판매 시 수행해야 하는 업무량과 시간 비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전문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하면 이를 모두 생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문투자자의 자격 요건을 갖추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전문투자자가 되려면 ▲최근 5년 중 1년 이상 월말 평균잔고 5000만원 이상 ▲금융투자상품 계좌개설 1년 이상의 조건을 갖춰야한다. 여기에 ▲연소득 1억원 ▲순자산 5억원 이상 ▲특정분야 1년 이상 종사자 등 3가지 요건 중 1개를 추가로 충족해야 한다.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가 사모펀드에 가입하려면 현금 최소 3억원이 필요하고 판매사에 따라선 전문투자자가 아니면 아예 받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개인은 사모펀드 시장에 접근하기가 어렵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는 출시만 하면 완판되고 수익률도 상당히 좋은데 일반 개인은 접근하기가 힘들다”면서 “결국 자산가들만 더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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