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9세에 스타벅스 이사회 입성한 테크우먼... “AI는 사람보다 고객을 더 잘 알아”
”아무리 능력 있는 상담 직원이라도 모든 고객 정보 실시간 파악 불가능”
기업용 CRM 애플리케이션에 생성형 AI 적용 ‘아인슈타인GPT’ 선보여
방대한 세일즈포스 데이터 기반으로 고객에 개인화된 답변 제공
샤이 CEO “단순 반복적 업무는 AI가, 사람은 고객에 더 집중”
클라라 샤이(Shih)는 홍콩에서 태어나 만 4세의 나이에 수학과 교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민자가 거의 없던 시카고의 한 동네에서 언어장애가 있는 학생들과 같이 생활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명석한 두뇌로 만 15세에 석박사 연구원들로 가득한 페르미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과학 학·석사를 마치고 구글에서 IT업계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IT 소프트웨어 회사 히어세이 시스템스를 창업했으며, 지난 2011년에는 당시 만 29세의 나이로 스타벅스 이사회에 합류했다. 스타벅스의 아버지 하워드 슐츠는 그녀를 “진정한 테크놀로지 리더이자 이사회에 신선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샤이를 스타벅스 이사회 멤버로 추천한 인물은 실리콘밸리의 테크 ‘대모’라 불리는 셰릴 샌드버그 전 메타 최고운영책임자(COO). 둘은 각별한 멘토·멘티 사이로 알려졌다.
샤이는 2020년 한때 자신이 근무했던 친정 기업인 세일즈포스로 돌아와 서비스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선비즈와 만난 샤이 CEO는 세일즈포스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세일즈포스가 실리콘밸리 그 어떤 회사보다도 눈에 띄는 회사이기 때문이다”라며 “세일즈포스의 도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문화와 사업이 내게 가장 잘 맞는다”라고 했다.
샤이 CEO는 세일즈포스가 챗GPT발 생성형 인공지능(AI) 광풍이 불고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그 어떤 회사보다도 ‘튀는’ 행보를 보인다고 했다. 다양한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AI 서비스를 내놓고 있으나 고객관계관리(CRM) 분야에서 생성형 AI를 적용한 사례는 자사 ‘아인슈타인GPT’가 최초라는 것이다.
샤이 CEO는 “아무리 능력 있는 상담 직원이라도 모든 고객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은 고객의 불만에 항상 앵무새처럼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AI는 실시간으로 고객의 과거 전화통화 상담 내역을 요약해 상담사가 ‘안녕하세요? 고객님’이라고 말하는 순간 알 수 있도록 해준다”라고 했다.
아인슈타인GPT는 2016년 출시돼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 도출·결과 예측 등의 기능을 제공하던 세일즈포스의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아인슈타인 AI’에 최신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세일즈포스는 기업용 CRM 애플리케이션에 생성형 AI를 적용한 첫 번째 사례라며 오픈AI의 기업용 챗GPT와 연동해 지난 3월 공개했다.
아인슈타인GPT는 세일즈포스가 직접 개발한 AI 모델에 오픈AI 등 파트너사의 생성형 AI 기술 및 세일즈포스 데이터 클라우드의 실시간 데이터를 반영해 콘텐츠를 생성한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서비스에 머물렀던 챗GPT가 기업간거래(B2B)로 영역을 넓힌 사례이다.
챗GPT가 5초 안에 방대한 자료에서 궁금한 내용만 쏙 뽑아 요약해주듯이, 회사가 특정 고객에 대해 궁금해하는 내용을 아인슈타인GPT가 찾아내 수초 안에 정리한다. 상담 직원은 고객 관련 내용을 정리한 요약본을 들고 응대할 수 있다.
샤이 CEO는 “아인슈타인GPT를 기반으로 세일즈포스 고객사의 챗봇이 모두에게 동일한 일괄적인 메시지가 아니라 고객에 대한 ‘맥락’을 정확히 파악한 개인화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됐다”라며 “고객이 좋아할 특정 캐릭터의 말투로 말을 거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예컨대 마블 만화책을 구매한 고객에게 마블 만화 캐릭터의 목소리로 각종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이 CEO는 아인슈타인GPT가 ‘고객을 고객 자신보다 더 잘 안다’라고 말할 때, 여기서 고객은 세일즈포스의 고객사까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B2C고객은 물론이고 B2B 영역에서 세일즈포스 고객사의 개별 직원들이 원하는 것까지 AI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인슈타인GPT는 ‘특정 고객군이 가장 좋아할 만한 우리 회사의 상품을 알려줘’ 등의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부 거래처와 협업이 필요한 경우, 가장 적합한 직무의 사람을 직접 찾아주고 직원을 대신해 이메일 초안까지 작성해준다. 개발자에겐 특정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코드를 작성해주고, 디자이너를 위해 웹페이지의 기본적인 형태를 제공하기도 한다.
샤이 CEO는 AI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AI 만능론’에는 선을 그었다. 챗GPT 열풍 속에 나타난 윤리적 문제, 잘못된 정보 양산, 정보 유출 등의 논란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녀는 기술은 사람에게 편리성을 제공하며 업무를 보조해줄 뿐 결국 이에 최종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샤이 CEO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단순한 반복 업무를 아인슈타인GPT 등 AI가 대신해주면 사람은 보다 가치있는 일에 몰입하며 고객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가 한꺼번에 거주지를 옮기게 되면서 세일즈포스의 고객사인 전자상거래업체, 보험사 직원이 한 번에 몰려온 전화에 대응하고 주소를 업데이트하는데 골머리를 앓았는데, 이러한 업무는 AI가 대신 일부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AI도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며 “결국 아인슈타인GPT가 내놓은 답변에 대한 최종 수정 권한도 사람에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어 “생성형 AI가 아직 초기 단계 기술인만큼 사람이 온전히 의지하지 않고, 직접 주도권을 가지고 효율적인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세일즈포스도 경각심을 가지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라고 했다.
전 세계를 환호와 논란 속에 뜨겁게 달구고 있는 생성형 AI 열풍이 지속 가능한 패러다임 변화가 아닌 단순한 ‘유행(hype)’은 아닐까. 샤이 CEO는 이에 대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각종 논란 속에 열기가 한풀 꺾인 웹 3.0 기술 등과 AI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샤이 CEO는 “웹 3.0의 경우 비즈니스 투자수익률(ROI)이 무엇이 될지에 대해 업계가 여전히 고민하고 있으나 AI 사업은 현재 명확한 수익을 내고 있다”라며 “이는 우리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산업계 지형 전체를 뒤흔들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 가운데 세일즈포스는 CRM이라는 분야에서 회사가 수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생성형 AI를 발전시켜 시장을 선점하겠다”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