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들어온 STO, 투자자 신뢰 다져야 성공…기초부터 다진다"
"토큰증권 수익 내려면 4~5년 걸려…IB·플랫폼·신탁 등 다각도 접근"
(서울=뉴스1) 강은성 박현영 기자 = "토큰증권도 새로운 형태의 금융서비스입니다. 금융서비스의 핵심은 투자자보호지요. 금융당국에서 토큰증권을 '제도권'으로 허용한 것도,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서비스가 차츰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정제'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라고 생각합니다. NH투자증권은 전통의 IB(투자금융) 명가로서 토큰증권에서 요하는 가치평가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신규 서비스까지 다양한 역할을 해 낼 수 있는 최적의 플레이어가 되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정중락 NH투자증권(005940) WM디지털사업부 대표는 최근 <뉴스1>과 만나 토큰증권발행(STO) 사업의 '기초'를 강조했다. STO가 증권업계에 있어 유망한 분야라는 데는 공감하나 법제화, 시장 조성 등 남은 과제가 많으므로 체계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가겠다는 것이다.
시장 선점을 목표로 속도를 내기 보다는 정책 변화에 발맞춰 기초부터 탄탄히 사업을 추진하는 게 NH투자증권의 전략이다.
◇"토큰증권 시대, 증권사 역할 다각도로 고민"
STO는 지난 2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 체계 정비 방안(STO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올해 증권 업계 최대 이슈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증권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철저하게 법에 규율된 사업만 영위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현행 자본시장법으로 규율된 업태만 수행해야 한다. 신기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한 신사업을 발굴해도, 법에 규율되지 않으면 현재로선 '불법'이다. 임시허가 형태인 혁신금융서비스 제도가 있지만 3년 정도 한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블록체인 기술과 결합한 토큰증권을 규제당국이 새로운 사업분야로 인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당국은 자본시장법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아직 법 개정 등을 위한 절차가 많이 남았고, 토큰증권 자체도 어떤 사업형태인지 확실치 않은 초기 개념이지만 업계는 법이 새로운 사업 형태를 열어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첫 걸음으로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 조각투자 업체, 블록체인 기술기업 등 STO 관련 업체들로 구성된 협의체 'STO비전그룹'을 출범했다. STO비전그룹에는 NH투자증권을 비롯해 △조각투자 업체 투게더아트·트레져러·그리너리 △비상장주식 거래 서비스 서울거래비상장 △블록체인 기술업체 블록오디세이·파라메타 △자산평가업체 한국기업평가 등 8개사가 참여했다.
정 대표는 "NH투자증권은 같이 공부하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는 서로 공유하겠다는 취지로 협의체를 구축했다"며 "아직 블록체인 기술기업 등 다른 업체를 추가 모집할 가능성도 있고, 금융기관도 협의체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등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TO 분야에서 NH투자증권이 눈여겨 보고 있는 역할은 'IB 하우스'다. 정 대표는 "토큰증권은 기존 증권이라는 자산에서 벗어나서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자산,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모실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증권을 거래할 때도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없는 곳들이 많은데, 실물자산에 대한 권리를 토큰화하는 토큰증권은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자산이 될 수 있어 잠재 수요가 충분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STO를 통해 '선박'처럼 그동안 기업 대 기업(B2B) 시장에서만 움직였던 자산이 리테일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도 자금조달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토큰증권 분야의 IB하우스 역할을 하는 게 장기적으로 의미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신탁 라이선스가 있으므로 STO의 대상이 되는 실물자산을 수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정통 IB 역량을 발휘해 신규 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할 수도 있고, 토큰증권을 직접 발행할 수도 있으며, 브로커리지 역량을 살려 토큰증권의 유통 플랫폼 역할을 하거나 신탁까지 STO의 전 분야에서 NH투자증권이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각도로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토큰증권도 금융서비스…기초부터 탄탄하게 준비"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을 엄격하게 명시했다. 이에 토큰증권 시장이 너무 초기단계인 만큼 발행과 유통을 분리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장 형성에 불리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만약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지 않고 한 곳에서 한다면 '둘 다' 잘할 수 있는 NH투자증권 입장에선 더 좋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자전거래 등 불공정 행위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고 투자자 신뢰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조금 '돌아가는' 길이 되더라도 투자자보호를 위해 발행과 유통을 분리해야 한다는 당국의 방침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토큰증권은 적어도 4~5년은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 대표와 회사측의 판단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함께 할 조각투자 업체도 장기적 관점에서 선정했다.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그리너리'가 한 예다.
정 대표는 "탄소배출권 분야는 ESG 경영이 더 활성화되고 이와 관련한 규제가 나오면 꾸준한 기대수익이 가능한 분야"라며 "3~40년짜리 채권과 비슷한 느낌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업체가 또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 협업할 수 있다고 정 대표는 덧붙였다.
그는 이어 "STO는 구조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STO의 기반이 될 블록체인 플랫폼만 해도 여러 플랫폼이 있고, 금융당국이 한 가지 플랫폼만 쓰라고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여러 회사와 플랫폼을 연동하며 협업해야 한다"면서 "우리 회사가 짧으면 한 달, 길면 반 년 정도 더 빨리 가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다 가질 수 없다. 더디게 가더라도 하나 하나 짚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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