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프로배구 최초 우승반지 10개' 유광우, 그가 가는 길이 왕조다[스한 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3.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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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지난 2시즌간 V리그 남자부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대한항공은 2022~2023시즌에도 강했다. 컵대회 우승과 정규리그 1위를 손에 쥔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과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무패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이자, 2022~2023시즌 트레블(컵대회,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한 것. V리그 초기 '삼성화재 왕조'에 필적하는 '대한항공 왕조'가 건설됐다.

대한항공의 우승 과정에서 적재적소에 베테랑다운 믿음직함을 보여주며 한국 프로배구선수 최초로 '10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를 낀 선수가 있다. 그는 바로 대한항공의 세터 유광우(37).

스포츠한국은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왕조를 모두 경험하며 우승 반지 10개의 주인공이 된 유광우를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대한항공 훈련 체육관에서 만났다.

V-리그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반지 10개를 차지한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우승 반지 10개의 자신감 "다음 우승 때는 팔찌로"

2007~2008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유광우는 데뷔 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 7연패를 함께 했다. 이후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우리카드로 이적한 유광우는 2019~2020시즌부터는 대한항공에서 뛰면서 우승 반지 3개를 추가했다.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우승 9회)를 따돌리고 V-리그 최초로 10회 우승의 주인공이 된 것.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당연히 기쁘다. 좋은 선수들을 만났기 때문에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었다. 프로에서 제일 운이 좋았던 선수이지 않을까 싶다. 동료 선수들이 반지 10개에 대해 실감을 못한다. "형, 이게 말이 돼요?"라고 하더라. 나 역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프로에 와서 챔프전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챔프전에 11번 가서 우승을 10번 했다. 이번에 10번째 우승을 하는데 그동안 배구를 했던 것이 주마등처럼 스치더라. 굉장히 뿌듯하고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우승을 더 해서 기록을 세워볼까'하는 욕심도 갖고 있다. 더 이상 우승 반지를 낄 손가락이 없기에 11개, 12개째는 팔찌로 제작해달라고 말해봐야겠다(웃음)."

당당한 우승 반지 10개의 주인공조차도 올 시즌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5라운드 때 연패를 하면서 선두를 두고 현대캐피탈과 순위가 매일 바뀌었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순위를 신경 쓰지 말자고 했지만 위에서 지키고 있다가 떨어지고 심리적으로 쫓겨서 더 힘들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 자존심을 지키려고 했다. 시즌 내내 1위를 지켜왔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후회가 많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 선수들이 더 독기 있게 경기했다. 전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에 집중하는 모습이 더 많았다."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스포츠한국 김영건 기자

▶남자배구 두 왕조를 모두 세운 '우승 청부사'

2011~2012시즌을 시작으로 3시즌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삼성화재 이후, 대한항공이 남자배구 역대 두 번째로 3연속 통합 왕좌에 올랐다. 2009~2010시즌 삼성화재에 이어 V-리그 남자부 역대 2번째 트레블 역시 달성했다. 그리고 유광우는 두 팀의 영광의 순간을 모두 경험한 주인공이다.

"어느 상황에 와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는 것이 두 팀의 공통점이다. 선수들끼리 실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기에 자기 기량을 더 발휘할 수 있었다. 문화적인 차이는 많이 있다. 삼성화재 때는 선배들이 끌어가는 스타일이었다면, 대한항공은 베테랑부터 신인 선수까지 다 주인의식을 갖고 있다. 선수 하나하나가 대한항공이라는 생각을 가진 듯하다. 선배 입장에서는 지금의 대한항공이 체력 안배에는 더 효과적이다."

유광우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동료 세터인 한선수는 이번 챔프전 우승 직후 현재의 대한항공 왕조가 과거의 삼성화재 왕조와 대결한다면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때와 지금의 배구 트렌드가 다르다. 과거 삼성화재 시절에는 이기기 위해서 공격 성공률이 높은 선수에게 토스를 몰아줬다. 한 명이 터지면 그 경기는 무조건 이기고, 안 터지면 어려워진다. '한 명만 미치면 된다'였다. 반면 현재 대한항공은 기회가 정확하게 분배되면서 한 명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전체가 다 같이 끌고 가는 형식이다. 어떻게 보면 대한항공이 유리할 수도 있지만 당시 삼성화재의 에이스가 공격점유율 70%에 공격성공률 70% 정도를 가져가면 승부는 모른다. 가빈과 레오가 그렇게 해줬다."

그렇다면 각기 다른 팀에서 두 왕조를 이끌고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10번을 달성한 베테랑 세터 유광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터의 덕목은 무엇일까.

"참을 인(忍) 자를 세 번 그리면 된다. 토스를 올리고 싶어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 있고, 상대방이 플레이를 간파해서 화가 나도 참아야 하는 상황이 있다. 삼성화재 때도 가장 많이 했던 것이 인내와 헌신이다. 세터는 어머니 같은 존재여야 하고 선수들을 보듬어 줘야한다는 얘기를 어릴 때부터 들어왔다. 지금은 배구 트렌드가 달라졌음에도 마음속에 깊게 새겨진 말이다."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KOVO

▶'아빠' 유광우가 배구하는 이유, 아이들의 "고생했어" 한마디

올해로 37세가 된 유광우는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 선수(FA) 신분이 됐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오직 '꾸준히 배구를 하는 것' 뿐이었다. 친구인 한선수가 최소 42세까지는 뛰고 싶다고 했던 것처럼 말이다.

"선수는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다. 혼자서 시즌을 끌고 가기에는 벅찬 감이 있다. 만약 이 나이에 삼성화재에 가서 홀로 끌고 간다면 그만큼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한선수와) 같이 갈 수 있고, 뒤나 앞을 맡길 수 있다 보니 정말 편안하게 배구를 하고 있다. 40대 초반까지는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만큼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인 아들이 8살 초등학생이고 둘째는 6살이다. 경기 끝나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이 '아빠 고생했다'고 할 때, 아이들이 경기장에 내려와서 하이파이브하고 안아줄 때 뿌듯함을 많이 느낀다. 앞으로도 그걸 놓치고 싶지 않다. 만약 셋째가 생기면 45세까지도 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그렇다면 유광우는 은퇴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을까.

"꾸준했던 선수, 우승을 제일 많이 한 선수로 남고 싶다. 우승을 더 해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만들어 팬들의 기억에 남기고 싶다. 우승 세리머니와 함께 은퇴식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 우승은 12번째 우승이었으면 한다. 2번 더 하고 싶다(웃음)."

은퇴 후 배구 지도자로 나아갈 생각도 있다고 밝힌 유광우다.

"인하대학교 재학 당시 스승님인 최천식 감독님부터 신치용, 박기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님 등 여러 훌륭한 지도자들을 거쳐 왔기에 각자에게서 장점을 뺏어오려고 노력 중이다. 세계적인 배구팀에서 경험도 쌓고 싶다. 자유로움 속에서 질서를 잡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훈련부터 질서가 있다면 너무 힘들 것이다. 선수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스스로 질서를 지켜가는 것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유광우는 끝으로 대한항공 팀과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나에게 대한항공은 은인이다. 2019년 우리카드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면서 은퇴를 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손을 내밀어줘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지금 대한항공은 진행형이다. 앞으로도 더 좋아질 수 있는 팀이기 때문에 팬 분들이 많이 기대해 주시면 더 많은 별을 안겨드릴 수 있다. 팬 분들의 응원이 있어야 선수들이 힘을 내고 흥을 내서 경기를 한다. 많이 오셔서 응원해주시면 좋은 모습, 즐거운 모습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것이다."

대한항공 세터 유광우. ⓒKOVO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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