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안우진은 어디까지 성장할까… 레이더는 안다, 그 진화의 흔적을

김태우 기자 2023.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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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이정후(왼쪽)와 안우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KBO리그 최고 타자 대관식을 성공적으로 마친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정후(25‧키움)는 올 시즌 초반 타율 및 성적이 그렇게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첫 11경기 타율은 0.238, OPS(출루율+장타율)는 0.790이다.

“이정후 걱정은 하는 게 아니다”는 말이 진리처럼 받아들여질 정도로 이미 기량에서는 검증이 끝난 선수다. 성적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인 예상이다. 다만 이정후는 최근 투수들이 자신과 까다롭게 승부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어린 시절 자신을 대했던 투수들의 볼 배합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정후는 16일 고척 KIA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에도 “실투가 거의 없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스스로도 약간의 인간적인(?) 불안감은 가지고 있는 셈. 다만 이정후는 트래킹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정후는 데이터를 잘 이해하고, 잘 분석하고, 이것을 자신의 경기력에 적용할 수 있는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일단 지금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에 위안을 준다. 레이더 방식으로 미국에서 활용해 신뢰도가 높은 ‘트랙맨’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팀으로 유명한 키움 전력분석팀의 해석도 이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정후는 16일 “지금 사실 BABIP(인플레이타구타율)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정후가 정확하게 말하는 대로, 방망이를 떠난 타구는 그 순간 타자의 영역 밖이다. 운이 따라야 한다. 통산 이정후의 BABIP는 0.356 수준. MVP를 탔던 지난해는 0.339였다. 그런데 올해는 16일까지 0.216에 머물고 있다. 말 그대로, 현재의 낮은 타율은 운이 따라주지 않은 점이 크다는 것이다.

BABIP는 꼭 운이 아닌, 타구질과 시프트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타구의 질이 떨어지면 BABIP에도 영향을 준다. 이정후를 향한 시프트는 분명히 더 견고해졌다. 선수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정후의 타구 속도는 MVP를 탔던 지난해보다도 더 좋다는 게 키움 전력분석팀의 격려다. 이정후도 “타구 스피드도 작년보다 더 좋다고 한다. 타율이 안 나오는 건 결국에 운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먼 미래를 내다봤다.

타구 속도는 타자의 힘, 콘택트의 정확도, 타격 기술 등이 모두 어우러진 복합적 결과물이다. 타구 속도가 좋으면 언젠가는 그 힘을 받아 성적이 좋아지게 되어 있다. 땅볼이 많을 때 타구 속도가 빨라지기도 하지만 이정후는 그와도 거리가 멀다. 이정후는 올해 18개의 뜬공을 치는 동안 땅볼은 11개에 불과했고, 이 비율 자체는 오히려 지난해보다도 훨씬 좋다.

이정후의 데이터는 시즌 초반을 이겨내고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타구 속도도 지난해보다 빨라졌고, 땅볼 비율은 오히려 더 줄었다. 진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는 리그 최고 투수인 안우진(24)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역대급 성적을 찍었지만, 올해는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데이터에서 나타난다.

안우진은 시즌 첫 3경기에서 19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0.47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첫 3경기 평균자책점(0.90)보다도 더 좋은 출발이다. 안우진 또한 트래킹 데이터를 봤을 때 좋아진 부분들이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보다 더 좋아졌다. 그리고 트랙맨의 집계 결과 포심패스트볼의 수직무브먼트 또한 더 좋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안우진 또한 시즌 전 자신의 트랙맨 데이터에 대해 “수직무브먼트가 10㎝ 정도 향상됐다”고 소개한 바 있다.

떠오르는 공은 없다. 중력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이 타자에게 날아가면서 중력의 영향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데, 안우진의 패스트볼은 중력의 영향에 따라 원래 꽂혀야 할 자리보다 10㎝ 더 높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타자로서는 공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타격에 시동이 걸린 뒤로는 수정할 수 없기에 이 빠른 공의 밑을 지나가는 헛스윙을 하거나 공의 밑을 때려 빗맞은 뜬공에 그치게 된다. 반대로 안우진으로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포심을 구사할 수 있다.

이정후와 안우진의 트래킹 데이터가 향상된 것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트래킹 데이터를 선수와 구단이 잘 활용한다는 건 주목할 만하다. 선수들이 데이터를 잘 이해하면서 받아들이면 때로는 자신감으로, 때로는 보완점을 찾는 용도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리그 최고 자리에 오른 건 이런 습득력과 열린 자세도 하나의 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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