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값이 78억?…세계최초 유전자가위 신약, 최고가 깰 듯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유전자가위 편집 치료제 '엑사셀', 연말 FDA 허가 예상
임상경제검토연구소(ICER) "최대 232만달러에서 비용·효과성 있어"
제약사 측 "약가 400만~600만달러 달할 수도"
올해 전 세계 최초로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신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또다시 최고 약가가 경신될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엑사셀(Exacel)'이라는 희귀 유전성 빈혈 치료제로 제약사 측은 최대 약가가 600만달러(약 78억원)까지 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의 의약품 감시 기관인 임상경제검토연구소(The Institute for Clinical and Economic Review·ICER)는 약의 비용·효과성을 고려해 최대 약가를 232만달러(약 30억원)로 전망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ICER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겸상적혈구 빈혈 치료제로 개발되는 엑사셀의 임상 효과와 비용 가치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를 고려할 때 엑사셀 최대 약가는 193만달러(약 25억원)에 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엑사셀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신약이다. 스위스 소재 바이오기업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와 미국 제약사 버텍스(Vertex)가 공동으로 개발했다. 희귀 유전병인 베타 지중해 빈혈과 비정상적인 낫 모양으로 헤모글로빈이 생성되는 겸상적혈구 빈혈 치료제로 개발됐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44명의 베타 지중해 빈혈 환자가 엑사셀 투약 후 36.2개월 동안 수혈받지 않았다. 단 1회 투약으로 3년 동안 약효가 유지됐다는 점에서 완치에 가까운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겸상적혈구 빈혈 치료제 임상 시험에 참여한 31명 환자도 엑사셀 투약 이후 최대 32.3개월까지 혈관 폐쇄 위기를 겪지 않았다.
크리스퍼 테라퓨틱스와 버텍스는 이달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엑사셀의 시판 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말에 신약 승인 여부가 결정 날 예정이다. 엑사셀이 FDA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으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편집 기술이 적용된 최초의 치료제가 탄생하게 된다.
유전자가위는 인간의 DNA를 자르고 붙여서 유전체를 교정하는 기술이다. 질병을 유발하는 DNA를 잘라내 새것으로 교체하면 지금까지 치료가 어려웠던 유전성 암·희귀 질환을 공략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제약사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신약을 개발 중이다.
유전자 치료제의 단점은 비싼 가격이다. 실제로 B형 혈우병 환자에서 최초로 승인된 유전자 치료제인 '햄제닉스(Hemgenix)'의 약가는 350만달러(약 45억원)로 현존하는 가장 비싼 약이다.
ICER은 의약품 가격을 감시하며 미국의 약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비영리 단체다. 미국에서 유통되는 의약품 가격이 임상 효과 대비 적절한지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ICER이 책정한 가격이 실제로 약가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제약사가 가격을 결정할 때 참고할 수 있다.
이번에 발표된 엑사셀의 ICER 비용·효과성 보고서가 의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대 약 25억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엑사셀의 임상 효과가 인정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ICER 보고서 발표 이후 크리스퍼 테라퓨틱스 주가는 16.5% 뛰었다. 버텍스 주가도 2.72% 올랐다.
ICER는 겸상적혈구 빈혈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할 때 엑사셀 약가는 최대 232만달러(약 3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겸상적혈구 빈혈은 아프리카계 인종에서 더 잘 발생하는 유전자 질환이다. 미국 흑인 400명 중 한 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미국 내 존재했던 인종차별로 흑인이 자주 걸리는 겸상적혈구 빈혈의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엑사셀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공동 개발사인 버텍스는 겸상적혈구 빈혈에서 엑사셀 가격이 400만달러(약 52억원)에서 최대 600만달러(약 78억원)까지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버텍스 추정치대로 엑사셀 약가가 설정될 경우 기존의 가장 비싼 약이었던 햄제닉스 가격을 뛰어넘게 된다.
김무웅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 연구원은 "유전자 편집 치료가 수많은 대중에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뿐만 아니라 비용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빠른 시일 내 크리스퍼와 같은 유전자 기반 치료가 단순하게 복용할 수 있는 콜레스테롤약보다 더 안전하고 비용 대비 더 효과적으로 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향후 더 저렴해질 수 있을 것이며, 단 1회 투약만으로 영구적인 효과가 나타내는 장점이 크게 다가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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