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하락장인데’…가상화폐거래소 실명계좌 내준 은행, 작년 수수료 수입 반토막

은행 수수료 규모 2020년 33억 원→2021년 403억 원→2022년 204억 원
업비트 손잡은 케이뱅크 작년 139억원…빗썸·코인원 계좌 발급한 농협 59억원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11월 8000만원에서 지난해 말 2100만 원 ‘급락’
올 상반기에는 4000만 원으로 다시 올라…美 통화기축 기조 완화 시 더 오를 수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위험자산 기피 심리로 가상자산 시장이 ‘크립토 윈터’를 맞으면서 가상화폐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준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16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가상화폐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실명계좌 발급계약을 맺은 은행에 지급된 수수료는 204억2900만 원으로 2021년 기록한 403억4000만 원에 비해 49.4% 줄었다. 거래소가 은행에 지급한 수수료 규모는 2019년 20억5500만 원, 2020년 33억1600만 원, 2021년 403억4000만 원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케이뱅크에 지난해 139억2000만 원을 수수료로 냈다. 2021년 (292억4500만원)과 비교하면 52.4% 줄었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빗썸에서 49억4300만 원, 코인원에서 9억8900만 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2021년에는 빗썸 76억 원, 코인원 26억4800만 원 씩 농협은행에 수수료를 냈지만 빗썸의 수수료 수입은 지난해 35% 감소했고, 코인원은 지난해 11월 실명계좌 발급 은행을 카카오뱅크로 갈아탔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4분기 7200만 원의 신규 수수료 수입을 얻었다. 코빗과 고팍스는 지난해 각각 4억8600만 원과 1900만 원의 수수료를 신한은행과 전북은행에 제공했다.

윤 의원은 "은행과 디지털자산 거래소 간 제휴에서도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고 평가한 뒤 "더 많은 은행이 다양한 블록체인 비즈니스에 진출할 수 있도록 그림자 규제로 강제되는 1거래소-1은행 제도를 재검토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은행들이 가상자산 거래소로부터 벌어들인 계좌 서비스 이용 수수료가 급감한 것은 시장 침체 때문이다. 업비트에 따르면 2021년 11월 8000만 원 이상으로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2월에는 2100만 원대까지 떨어졌다.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크게 줄었다.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의 지난해 순이익은 2021년(2조2177억 원)보다 94.1% 감소한 1308억 원으로 집계됐다. 빗썸을 운영하는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순이익이 953억 원으로 전년 대비 85.3%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미국 통화긴축 기조 완화, 중소형 은행권발 위기 등으로 가상자산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비트코인 등의 가격은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4000만 원 전후로, 올해 들어 2배가량 상승했다.

정선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