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이태원 압사 밀도 김포골드라인…정책실수 '꼬마열차' 대책은

정진욱 기자 2023. 4. 17.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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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정부 행정판단 미흡, 수요예측 실패로 탄생
김병수 "5호선 조기확정·예타면제, GTX-D조기 개통 카드 꺼내"

(김포=뉴스1) 정진욱 기자 = '지옥철' 오명을 쓴 김포골드라인(김포도시철도)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행정 판단 미흡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꼬마열차'라고도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의 태생과 문제점, 그리고 해결 방안을 뉴스1이 분석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승강장에 혼잡률 개선을 위한 열차 미운행 안내문 세워져 있다. 2023.4.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2000년대 김포시 교통인프라는 48번 국도가 유일

김포골드라인의 건설 목적은 당시 김포대로(48번 국도)자동차 교통체증 완화와 김포한강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위해서였다.

김포시는 2000년대 이전부터 관내 철도가 없었다. 도로망도 48번 국도가 모든 교통량을 다 받아내고 있을 정도로 열악한 교통 인프라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김포시의 도시계획과 강화도로의 나들이객이 늘어나면서 48번 국도의 정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당시 서울-강화 간 48번 국도는 시속 70㎞로 달리면 35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차량이 몰리면서 이동시간이 최대 10시간까지 걸리면서 일각에선 '부산만큼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포시 교통은 심각했다.

◇ "정치·행정 판단 미흡"으로 탄생된 꼬마열차

정부는 1990년~2000년 김포 사우·풍무지구 등 택지개발사업 영향으로, 1997년 김포군 김포읍~김포공항역을 잇는 경전철 건설계획(총연장 10㎞, 1998년 말~1999년 초 착공 후 2005년 개통)을 발표했으나, 200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타당성조사 결과, 모든 시나리오에서 B/C값이 1.0 미만(경제적 타당성 부족)으로 나타나, 버스전용차선(48번 국도) 설치 및 2006년 이후 재검토를 권장했다.

하지만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들어섰고, 2기 신도시 건설계획에 한강신도시가 포함돼 김포시는 도시철도를 유치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에 김포공항과 김포신도시를 잇는 총연장 21㎞의 지하철 9호선 연장 안(공사비 1조 6722억)이 추진됐으나, 국방부가 건교부 계획에 최종 부동의하면서 2004년 6월 28일 건설교통부는 한강신도시 계획을 498만평에서 150만평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발표했고, 중전철 연장은 결국 무산됐다.

150만평으로 축소된 한강신도시 계획은 다시 350만평으로 재확장됐으나, 당시 신도시에 계획된 각종 시설의 규모가 대폭 축소되면서 9호선 중전철 연장 방안이 취소됐고, 경전철 계획으로 다시 바뀌게 된다.

하지만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강경구 김포시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바뀐다. 강 시장은 당시 경전철이 아닌, 중전철 건설을 주장했고, 이에 김포시는 당시 서울 개화동과 강남을 잇는 노선으로 건설 중이던 9호선을 김포시로 연장하길 희망했다.

당시 김포시가 9호선을 연장하려던 이유는 한강신도시 건설 이전 장기지구가 일부 준공돼 입주를 시작한 점, 걸포동과 고촌면 신곡리 택지개발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2008년 김포시는 최초로 인구 20만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강신도시의 기반공사도 시작돼 교통 대책으로 도시철도를 요구하는 여론도 커졌다.

21일 오후 6시 30분께 김포 골드라인 경전철이 김포공항역에서 고촌역사이에서 멈춰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 차량에 50여분간 갇혀 있던 약 300여명의 승객들이 열차 선로 위 비상통로로 고촌역까지 걸어가고 있다. 2020.12.21/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하지만 당시 김포시 전체 인구였던 20만명으로는 도시철도 건설 추진이 어려웠다. 도시철도 수혜 지역이 아닌 김포시 북부 통진권(마송지구 포함) 지역은 인구 5만명을 상회했고, 도시철도 수혜권(한강신도시·원도심) 인구는 15만명에 불과했다. 한강신도시 계획 또한 최초 발표 당시보다 2/3 규모로 줄어 도시철도 건설의 타당성도 현저히 떨어졌다.

이에 강 시장은 9호선 대신 양촌에서 김포공항역으로 가는 고가 경전철 건설을 추진한다.

강 시장은 2009년 4량 1편성 22㎞, 지하 3㎞ 총연장 27㎞ 총 사업비 1조 1863억원의 경전철 도시철도 기본계획 승인을 받아 냈다. 당시 '김포한강메트로'라는 브랜드로 국내 최초 경전철 차량 전시회도 열었다.

하지만 2010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고가경전철은 전면 백지화됐다. 9호선 연장 추진을 내건 유영록 시장(당시 민주당)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유영록 시장은 인구 증가로 2006년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9호선 연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유 시장은 취임 즉시 고가경전철 사업을 파기, 9호선 연장을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타당성 용역 결과, 고촌~김포 원도심~한강신도시 노선은 처참한 B/C값을 기록했다.

이에 유 시장은 한강신도시 교통분담금과 시 예산을 전부 투입해 9호선 김포 단독연장을 추진하면서, '김포 지하철 건설에 국비와 도비를 받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경기도에 제출하는 실수를 범했다. 유 시장은 당시 9호선이 4량 운행을 한 점, 김포구간 승강장을 4량으로 계획하고 사업비를 계산해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서울시와 협의 중 서울시가 9호선의 8량 증결 계획을 제시하며 8량 역사 건설을 요구했고, 김포시는 사업비 재산정 후 5000억원대에 이르는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유 시장은 결국 재정을 이유로 9호선 연장을 포기하고 취임 1년 반 만에 경전철 계획으로 급선회하면서 김포시 전철은 '꼬마열차'인 김포골드라인으로 결정됐다.

김포시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받지 않기 위해 경전철 건설을 위한 국비나 도비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때문에 김포골드라인 총사업비 1조5000억원은 한강신도시 입주민들이 낸 교통분담금 1조 2000억원과 김포시 예산 3000억원으로 마련됐고, 이는 김포시의 재정 부담이 됐다.

김포골드라인은 2013년 12월 27일, 경기도에 심의 요청된 사업계획 승인안에서 2량 1편성에 승강장 길이가 3량 규모였던 47m에서 2량 규모인 33m로 축소되면서 지금의 꼬마열차가 변질됐다.

당시 김포시는 3량이 2량으로 줄면서 약 15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으나, 혼잡률이 상승해도 더 이상 열차를 증결할 수 없게끔 돼 당시 시의원 다수가 이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또 당시 건설교통부의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에 따르면 김포시는 40만명 수준으로 도시철도 기본계획 상 지하철로 역사를 2량 규모로 설계된 점도 한 몫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당시 김포시 인구가 25만명 수준이었고, 한강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5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치권과 행정 모두 이를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선출직의 공적 쌓기 정책 추진과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부)의 엉터리 탑승수요 예측으로 김포의 중전철 건설 추진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김포골드라인은 2012년 3월 27일 김포시 자체 재정사업으로 전 구간을 지하로 건설하는 경기도 도시철도 기본계획(김포 편) 변경 승인으로 최종 고시돼 김포시의 도시철도 시작을 알리게 됐고, 2014년 3월 26일 착공 후 1차 레미콘 파동, 2차 차량 떨림으로 개통이 지연된 뒤 2019년 9월 28일 개통됐다.

14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역에서 시민들이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2023.4.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 '출퇴근길 자체가 지옥'…압사위험에 노출된 김포시민들

김포골드라인 승객들은 매일 압사위험에 노출됐다. 김포골드라인 열차 한 칸이 수송할 수 있는 적정 인원은 86명이다.

하지만 열차 한 량에 250~300명이 탄 김포골드라인은 1㎡당 7~8명이었다. 핼러윈 참사 당시 군중 밀집도는 1㎡당 9~10명으로 열차에 좌석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핼러윈 참사와 다름없는 군중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김포골드라인 출근 시간대 일평균 승객 수는 7만7000명이었지만, 3월에는 7만8000여 명으로 1000명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당초 역 승강장을 두 량 크기로 설계한 탓에 열차를 더 늘릴 수 없는 상태다.

결국 11일 김포도시철도 김포공항역에서 10대 여고생과 30대 직장인은 호흡곤란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 김포시·지옥철 김포골드라인 해결 위해 김포시·국토부 긴급대책 마련

원희룡장관과 김병수 김포시장은 14일 김포공항 국제선청사에서 국토부가 주관한 '김포골드라인 혼잡 완화 긴급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긴급회의는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D) 조속 추진'이란 궁극적인 골드라인 혼잡률 완화 대책에 앞서, 김포시가 시행 중인 긴급대책을 확대·강화하는 자리로 다양한 교통 현안이 논의됐다.

국토부·김포시는 골드라인 혼잡률 긴급 대책으로 '셔틀버스 무제한 투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시 외곽지역 및 대단지 아파트에서 김포공항까지 '원스톱 셔틀버스(중간노선 없는 직행 구간)'검토도 진행된다.

셔틀버스 무제한 투입 방안은 시가 지난 1월2일 골드라인 혼잡률 분산을 위해 추진한 '70번 버스' 대안의 확장 방안이다. 70번 버스는 골드라인 주요 5개 역사만 급행 운행하는 특징이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오른쪽)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14일 오전 혼잡이 극심한 서울 강서구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에서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들은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날 원 장관은 김포 골드라인 출퇴근 혼잡도 개선에 적극 대응할 뜻을 밝혔다. 우선 혼잡이 극심한 구간에 셔틀버스를 무제한 투입할 계획이다. (김포시 제공) 2023.4.14/뉴스1

김병수 시장은 국토부에 긴급·단기·중기 대책도 요청했다.

긴급대책은 △골드라인 안전요원 배치 및 셔틀버스 대폭 투입△버스전용차로 김포공항 연장 이다. 단기대책은 △골드라인 전동차 조기 증차 △주요역사 스마트정류장 설치이며, 중기대책으로는 △올림픽대로 버스전용차선 추진 △김포대로~개화역 서울 방향 차로 확장이다. 김 시장은 또 궁극대책인 5호선 연장 및 GTX-D 조속 개통을 위해 '5호선 노선 조기 확정' 및 '5호선 연장 예비타당성 면제'도 국토부에 제시했다.

김병수 시장은 현재 김포골드라인 혼잡성 해결과 콤팩트시티 건설로 인구 80만명을 바라보는 김포시의 교통 인프라 대책으로 '지하철 5호선 노선 조기 확정' 및 '5호선 예비타당성 면제' 그리고 'GTX-D 조속 개통'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시장은 또 국토부에 "서울 지하철 5호선 김포 연장은 과거 단순 광역철도 사업이 아닌 윤석열 정부 첫 신도시인 김포한강 2 콤팩트시티의 광역교통 개선대책 일환으로 추진될 사업"이라며 "콤팩트시티 입주민 교통편의성(서울 접근성)증진이 최우선 목표로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포골드라인 출퇴근 혼잡도 완화" 오세훈 서울시장 특별대책 추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포골드라인 출퇴근 혼잡도 완화를 위해 특별대책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수도권 시민의 교통 편의와 안전을 가장 최우선으로 두고 빠른 수송 증대를 위한 대중교통 지원부터 5호선 연장 및 수륙양용버스 도입 등 단계적인 대책을 빠르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역사 혼잡도 관리 지원 △버스 증차 등 골드라인 수요 분산 △버스 중앙차로 신설 등 단기적·즉시 추진 가능 사항들을 속도감 있게 시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지하철 연장과 수륙양용버스 등 다각도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김포골드라인이 서울교통공사 자회사가 위탁운영하는 노선인 만큼 역사 내 혼잡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커팅맨' 등 교통공사 자체 인력을 빠른 시일 내 배치해 역사 내 동선 분리, 환승구간 안내 등 혼잡관리에 나선다.

오 시장은 김포시 시내버스 70번 노선의 증회(8회) 요청을 즉시 수용해 출근시간대 서울시로 진입하는 버스의 배차간격이 최대 10분 단축되는 효과가 발생하도록 했다. 김포골드라인 대체노선버스인 3000번은 6회, M6117번은 2회 증회를 시행하고 추가적으로 한강신도시~김포공항역 간 셔틀버스 운행도 관계기관과 협의해 추진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또 버스의 정시성 확보를 위해 개화역~김포공항 구간에 대해서도 버스전용차로를 조속히 설치할 계획이다.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강 양화선착장에서 수륙양용버스가 물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오 시장은 또 김병수 김포시장이 제안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수륙양용버스(40인승 이상) 도입도 김포골드라인 혼잡도 완화 대책의 일환으로 적극 검토 중이다. 김포아라뱃길과 서울항을 연계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중이다.

수륙양용버스는 김포를 출발해 한강공원 선착장까지는 한강을 이용하고, 한강공원부터 인근 지하철역까지는 도로를 이용하여 환승 없이 직결로 운행 가능한 수단이다.

시는 관련 법·제도 및 기반시설 검토 등을 거쳐 최적 노선을 선정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gut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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