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탄·제로카본' 금융권, 상생금융 꽃 피운다

이남의 기자 2023. 4. 17.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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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공공재' 금융 경영지표 키워드 ESG①] 이자마진 등 이윤 추구 넘어 ESG경영 강화

[편집자주]기업활동의 비재무적 지표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2023년 금융권의 경영 키워드로 떠올랐다. ESG는 2004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세계 정상급 경제 최고경영자(CEO) 50여명에게 보낸 투자 지침서의 키워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금융 트렌드에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 카드, 핀테크 업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ESG 경영활동을 펼친다.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주요 기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요 투자 골자로 천명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시행될 상장기업 ESG 의무 공시제도의 대상과 공시내용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ESG·녹색금융 분야 기업에 대한 올해 정책자금 공금 목표는 5조8000억원으로 잡았다. 고금리 시대에 '공공재' 역할을 주문받은 ESG 경영을 외치며 상생금융 확대에 나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탄소배출을 절감하는 기업에 금융지원을 확대한다. ESG 선도 금융기관으로 우뚝 선 금융회사의 경영 현주소를 살펴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탈석탄·제로카본' 금융권, 상생금융 꽃 피운다
②100년 농협 다진다… ESG에 진심인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③"사회와 같이 간다"… 동행 택한 보험사 ESG
④'위기 속 기회' 찾는다… 카드·저축은행 '지속가능경영' 앞장
탄소배출권에 진심인 하나·KB증권…ESG 펀드 내세운 미래·한투운용
⑥핀테크, 디지털 금융으로 더 나은 세상 꿈꾼다

'대한민국 경제 젖줄'인 금융권이 새로운 경영지표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걸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 시대'에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로 하락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융권의 경영 활동은 이윤추구를 넘어 ESG를 중시하는 가치경영으로 확대됐다.

고금리 기조에 이자 마진이 늘어난 금융권은 '공공재' 역할을 강화하며 상생금융 활동을 펼치고 있다. KB·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ESG 위원회를 만들고 안정적인 지속가능 경영체제 기반한 상생금융 활동에 적극적이다.


5대 금융지주, ESG 실천… 대출금리 인하 '상생'


KB금융은 '세상을 바꾸는 금융'을 실현한다는 ESG 비전 아래 '중소기업 지속가능경영 지원'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KB금융은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 ESG 업무협약을 맺고 지속가능성 연계대출 협력사업에 착수했다. 지속가능성연계대출(SLL)은 기업이 다양한 ESG 항목 중 필요한 분야를 선택해 목표와 평가기준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행하면 금리인하 등 금융지원을 받는 모델이다.
KB국민은행은 이번 업무협약에 따라 'KB 그린 웨이브(Green Wave) ESG 우수기업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총 5000억원 규모다. 상의가 발급하는 ESG 목표 확인서 등급에 따라 신청 기업에 최대 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대출한도와 자금사용 목적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신한금융은 지난 4일 ESG 실행을 위한 에너지 전략인 '에너지에 진심인 신한금융그룹' 추진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론 ▲반드시 써야 한다면 친환경 에너지로 조달(친환경 에너지 사용) ▲써야하는 과정에서는 절약(에너지 절약) ▲절약을 통해 아낀 재원은 사회 환원(에너지 취약계층 지원)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다는 등의 다짐을 세 가지로 체계화한 전략이다.

진옥동 회장은 "ESG의 진정성과 실행력은 작은 실천 습관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신한금융은 에너지 절약 실천 습관을 문화로 발전시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에너지에 진심인 신한금융그룹'으로 ESG를 지속 실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2030&60'와 '제로&제로'라는 두 가지 ESG 목표를 수립했다. '2030&60'은 2030년까지 지속가능 부문에 총 60조원 규모의 ESG금융 자금을 조달하고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ESG 채권발행 25조원을 비롯해 ESG 여신 25조원, ESG 투자 10조원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친환경 사업에 광범위한 금융 지원에 나선다.
하나은행은 최근 초저출산·고령화 시대 극복을 위한 'HANA 인생여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2명 이상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를 위한 '하나 아이키움 적금'을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개인의 인생여정 전체를 아우르는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고 대출금리 인하 등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이 취임하면서 금융소외계층 전담 상품·서비스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상생금융부'를 신설했다. 우리은행은 모든 가계대출 금리를 최대 0.7%포인트 내렸고 대출고객이 연체이자를 갚으면 그만큼 원금을 탕감해주는 등 연간 2050억원의 규모의 상생금융안을 내놨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회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상생금융을 위해 조직체계를 정비하고 최선의 패키지를 마련했다"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금융사의 노력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H농협금융은 친환경 기업·에너지·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상품 개발로 녹색금융을 확대,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17일 제1차 ESG추친위원회를 개최하고 향후 탄소중립 이행전략과 기후위기 대응 계획 수립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NH친환경기업우대론 등 ESG 특화 상품 출시로 녹색금융을 확대하고 디지털 전환을 통한 8741만장의 종이 절약, 금융위원회 '지역 재투자 평가' 최우수 등급 획득, 금융감독원 '서민 금융 지원 평가' 은행권 1위 달성 등의 성과를 거뒀다. 금동명 ESG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지속적인 ESG경영 실천으로 국민 모두와 더 나은 삶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ESG 열풍은 혁신금융 아이콘인 인터넷은행에 확대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는 윤호영 대표 아래 ESG팀을 신설하고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설치, 실천적인 지속가능 경영을 전개하고 있다.

모바일 금융의 안전망 강화해 금융범죄 예방에도 앞장선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부정 거래를 24시간 감시하는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고객의 휴대전화에 설치된 악성 앱을 찾아내는 '탐지 솔루션' ▲사기거래 위험도를 계산해 의심 계좌를 탐지하는 '개인 간 사기 거래 방지 모델' 등을 개발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금융서비스 환경을 조성하는 기술적 진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범죄 피해 회복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은·산은, ESG 경영에 중기·생태계 지원


국책은행의 ESG 경영활동은 중소기업 자금공급과 생태계 복원사업에서 두각을 보인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11일 김성태 행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향후 3년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총 200조원 이상을 공급하는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다. 김 행장은 취임 당시 '튼튼한 은행'을 만들고 고객과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반듯한 금융'을 이루겠단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기업은행은 총 1조원의 금리를 감면하는 '통합 금리감면 패키지'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고 3년 간 총 2조5000억원 이상의 모범자본을 지원해 초기 기술창업기업의 데스밸리 극복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김성태 행장은 "앞으로 3년간 기술 혁신기업 1000개를 발굴해 투·융자 복합금융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중소기업 특화 ESG평가모델을 개발해 중소기업의 ESG경영 현황을 진단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훼손지역 복원사업을 통한 생태계 건강성 향상 및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후원에 나섰다. 강석훈 회장은 취임식에서 경영전략으로 '그린·디지털·바이오' 선도기관으로 전환을 제시하며 ESG 경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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