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 계약하자고 했더니 수천만원 '쑥'" [현장]

김서온 2023. 4. 17.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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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매 소진' 분위기에 매도인들 "천만원대 끝전 조금 더 받자" 변심
업계 전문가 "거래량 증대에 급매물 소진·낙폭 축소 움직임 계속될 것"
일선 중개업소 "시세보다 낮고 합리적이라 수용하는 매수인들 많아"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집주인에 계약금을 보내려 계좌를 달라고 하니 5천만원을 더 받겠다고 하네요. 김이 빠지고 기분이 좋지 않지만, 급매물이고 시세보다 훨씬 저렴해 결국 손해 보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어 계약을 맺기로 했습니다."

관망세가 짙어진 부동산 시장에서 급매 위주로 거래가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점 대비 수억원 떨어진 가격의 급매물이 거래 직전 수천만원씩 가격이 오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주택거래량이 지난 1월~3월까지 3개월 연속 늘어난 가운데 쌓여 있던 급매물들이 조금씩 소진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매도인들이 급매 거래 전 '막바지 끝전 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당장 처분할 필요성은 있지만, 급매가 소진되는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가격에 팔기 위한 집주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R114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안정세로 돌아선 점도 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유효하고 규제지역이 대거 풀린 이후 세금과 대출 규제 등도 상당 수준 풀린 만큼 거래량 증대에 따른 급매물 소진과 낙폭 축소 움직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일원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시세표가 붙어있다. [사진=김서온 기자]

실제 고덕 일대 한 대단지 매물 계약을 앞둔 50대 실수요자 A씨는 "12억 초반대에 나온 급매물 계약금 송금을 위해 계좌번호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돌연 집주인 B씨가 5천만원을 더 주지 않으면 다른 매수자를 알아보겠다고 해 억울한 생각은 들지만 여전히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 계약금을 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일원 아파트 매물 매수를 고려하고 있는 C씨 역시 최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저점 매수 기회를 엿보던 B씨는 생각하던 가격대보다 1억원은 더 저렴한 가격에 전용 84㎡ 매물을 소개받았고, 중개인을 통해 계약금 1억원을 먼저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집주인이 계좌번호와 함께 3천만원을 더 받아야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것이다. C씨는 손해를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이에 동의했다.

비혼주의자인 30대 D씨는 지하철 역삼역 일원에 있는 직장과 가까운 소형 오피스텔 매수를 결정하고 초급매로 나온 3억짜리 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과거엔 4~5억원대까지 가격이 올랐지만, 그간 부담이 커진 임대업자가 급하게 처분하려고 내놓은 매물이었다. 집주인과의 협상 끝에 당초 가격보다 2천만원 싼 2억8천만원에 구두협의했다. 그러나 계약금 1천만원을 송금하기 전 "다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원래 가격에 팔겠다"는 완고한 집주인에 결국 3억원에 계약했다.

일선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이처럼 계약 직전 소폭 오른 가격을 제시하는 급매물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급매물 자체가 시세보다 낮은 가격대에 나와 있고, 매도자와 매수인 간 가격절충 여지가 많은 편이라 추가 가격 흥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급매물을 처분하는 매도자는 급매가 소진되는 분위기에 반등 가능성을 기대하고 싶지만 당장 팔아야 하므로 억단위까지는 아니어도 천단위에서 계약 직전 소폭 올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급매물은 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팔아야 하니까 가격도 시세보다 낮게 책정돼 있고, 협의나 조정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 추가 가격 흥정도 가능하다"며 "매수자의 경우 가격 절충에 따라 적게는 1∼2천만원에서 추가 할인을 기대할 수 있는데, 최근 거래되거나 거래를 앞둔 급매물의 경우 집주인들이 계약 직전 수천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매물이 거의 소진되는 분위기고, 단계적 규제 완화에 급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조금이라도 더 받고 처분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대부분 이 경우 매수자 역시 매수 의사가 확고해 어느 정도 수용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는 당분간 급매물 위주로 수요가 유입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가격 온도차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특례보금자리론으로 9억원 이하 급매물에 대한 수요층 유입이 꾸준하다. 공시가격 조정에 따라 보유세 부담이 줄어든 주택 보유자들은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라며 "다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만큼 경기가 위축돼 있고, 미국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거시경제 침체 우려도 커 전체 시장에서 매수자와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의 틈이 좁혀지기까지는 더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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