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충청칼럼] 어쩌다 ‘김영환 리스크’

이광형 기자 2023. 4. 17.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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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뉴스1 세종충북본부장./뉴스1

(충북ㆍ세종=뉴스1) 이광형 기자 = 충북이 시끄럽다. 150만 도민의 대표이자 도정의 책임자인 김영환 지사 때문이다.

도청 담장 주변이 온통 김영환 지사를 비난하는 현수막들로 어지럽다. 김 지사의 언행이 거칠다보니 이슈를 선점하는 데는 성공적이나 실수 연발이다. 정적인 야당과 시민단체에게 공격거리를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

진영을 넘어선 모두의 대표로서 명분 없는 대립에 무게감을 떨어뜨리고 불신만 쌓인다. 국회의원 선거 등 향후 정치일정을 고려할 때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큰 곤욕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필자는 김 지사 취임 초부터 지역정서와 현실에 배치되는 그의 정제되지 않은 행보를 지적해 왔다. 그런 우려가 최근 현실화 되고 있다. 잡다한 구설이나 실정은 생략하고라도 친일파 자초 발언에서부터 산불 상황에서 술자리 참가, 인공지능바이오 영재고 입지 선정 등 논란은 정치적·정무적 판단 오류에서 오는 '경고음'이다.

모두 상식적이지 못한 대응으로 문제를 키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강제징용피해배상 문제 등 한일관계 해법을 지지하기 위해 김 지사가 SNS를 통해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말은 반어적 표현임이 분명하다.

글의 전후 맥락을 보면 그가 친일파가 아니며 대통령을 응원하기 위해 한 정치적 행위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해도 그 글을 대하는 도민의 입장에서 글 쓴 김 지사의 의중을 그대로 받아들일 의무는 없다. 제목만 보고 '악의적' 해석이나 오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물며 그와 정적 관계인 야당이나 시민단체까지 해당 글을 충실히 읽고 긍정적으로 봐달라는 건 순진한 생각이다. 많은 경험이 있는 중견정치인으로서 팬덤세력이 판을 치고 양극화 된 비이성적 정치상황에서 항상 긴장하고 공격 받을 언행을 삼가야 한다.

더구나 김 지사는 국회의원과 달리 면책의 폭이 넓지 않은 지역행정의 책임자이며 진영을 넘어선 도민의 대표이다. 제천 산불 때 '충주 술자리' 논란도 그렇다. 시도광역단체장이 산불 진압을 지휘하는 3단계는 아니었지만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진압에 투입된 소방관 등이 화재진압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술잔을 들고 자리를 주도하는 모습은 정상적이지도,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부적절했다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술이 아니고 물'이었다느니, '입에만 댔다', '산불 현장에 안 가는 게 옳았다' 등 변명을 늘어놓다보니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게다가 음주로 불거진 얼굴이 햇볕에 그을린 것이라니. 그러다보니 '폭탄주 20잔'에 노래까지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AI영재고 입지 선정을 둘러싼 실언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얼마 전 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제안과 입지 여건 등을 종합해 영재고 입지를 오송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래놓고 김 지사가 진천·음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해당 지역 주민대표가 반발하자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 실수를 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도 정책 결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이런 오락가락한 행보는 도정의 신뢰를 잃게 하고 지역 간 갈등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을 낳게 한다. 이상 언급한 것들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안들일 뿐이다. 이미 혼이 나 후퇴한 현금복지 공약을 비롯해 도청 주차장 폐쇄, 특보 및 고문 임명 난립, 산하 출자출연기관장 및 임원 외지인 임명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불거지면 폭발력은 예측불가능하다.

특히 산하기관장 외지인 임명을 놓고는 '충북엔 사람이 없어 정치적 신세진 사람의 보은처로 삼느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찮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정을 감시견제할 도의회가 같은 당(국민의힘) 소속으로 보호막을 처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최근 들어선 이상기류를 보이고 있다. 충북데크노파크원장 인사 청문회와 관련해 불거진 도의회 패싱문제가 계기가 됐지만, 사실은 그보다도 지사에 대한 주민여론이 곱지 않아 부글부글하고 있다. 오죽하면 같은 당 소속 도의원이 김 지사의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겠는가. 초유의 일이다.

해당 의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통쾌하다는 지역반응을 종합할 때 김 지사에 대한 여론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작금의 사태를 빌미로 '사퇴'까지 운운하며 본격적인 공격에 돌입했다. 총선을 앞둔 전략일 수 있지만 과거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동안 일부 매체를 제외하곤 비판에 미온적이던 지역언론의 논조도 비판기류가 강하다. 이 정도면 사태를 심각하게 봐야 한다. 아울러 올 하반기 이후엔 김 지사가 공약한 각종 사업들의 성과와 가능성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게 된다.

이 땐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점이라서 가혹한 평가와 선동 프레임이 시작될 것이다. 가장 먼저 낙후된 충북을 상전벽해처럼 만들 것으로 기대되는 '호수공원화(레이크파크르네상스)' 사업이다. 이 사업은 현재 국회 행안위 소위에 계류 중인 중부내륙발전지원특별법 제정이 전제돼야 하는 데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을 제외하곤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김 지사도 이런 현실을 인식한 듯 최근 일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불가능하다고 시작조차 안 해서야 되느냐. 시작이라도 해 놓아야 언젠가 될 게 아니냐'라는 등 한발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김 지사는 이런 난맥을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차단할 해법이 보이질 않는다.

도정사상 가장 많은 고문과 특보 등 정무직을 인선했지만 공무원들의 '상전'일 뿐 이렇다 할 역할이 없다. 이럴바엔 비록 영혼 없다고 비판 받지만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을 위해 몸부림이라도 치는 공무원이 났다. 선동정치와 투쟁에 능한 야당과 시민단체는 잘한 것엔 눈을 감고, 흠결이 있다면 사사건건 집요하게 발목을 잡을 태세다.

지사가 분란의 중심에 있고 여론이 흉흉하다보니 총선정국에 맞춰 '주민소환제'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지사는 지금이라도 이런 점들을 간과하지 말고 그동안의 도정을 되돌아보고 새 출발하길 주문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정치 지향점이 어디까지 인지 몰라도 40년 만에 금의환향한 충북이 독배가 될 수 있다. 도민이 지사를 걱정하는 '지사 리스크'라는 말까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12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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