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타고나야겠지만...” 야구 발전=구속 증가, 이젠 ‘기준’이 다르다 [SS포커스]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야구는 계속 발전한다. 전 세계 공통이다. 그리고 이 발전은 ‘구속 증가’와 맞닿아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줄곧 야구 현장에 있는 이들이 가장 피부로 느낀다. 이제 ‘기준점’이 높아졌다.
최근 KBO리그에 ‘스피드 광풍’이 불고 있다. 한화 문동주가 12일 KIA전에서 시속 160.1㎞를 던졌다. 평균으로 약 시속 153㎞를 뿌린다. 무시무시한 파이어볼러다.
‘원조’ 격인 키움 안우진도 날았다. 13일 두산을 만나 시속 159.8㎞의 강속구를 쐈다. 반올림을 하면 시속 160㎞가 된다. 실제로 투구분석표에는 160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사실 ‘스피드 전쟁’은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됐다. 시속 104마일(약 167.4㎞)를 뿌리는 선수도 있다. ‘구속 혁명’이라 했다. 일본에도 건너갔고, 일본 역시 시속 160㎞ 투수가 나왔다. 이제 한국도 된다.
냉정하게 보면 문동주-안우진이 ‘특별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천하의 메이저리그라도 누구나 시속 160㎞를 던지지는 못한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대신 ’불가능‘이라 했던 스피드가 숫자로 찍히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동주와 안우진이 더 빠른 공을 뿌릴지, 여기서 더 나오지 않을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현실이 됐기에 다른 선수들에게도 목표가 될 수 있다. 통산 134승을 올린 SSG 김원형 감독은 “우리나라에도 160㎞를 던지는 투수가 나왔다. 반가운 일이다”고 짚었다.
일본도 그랬다. 오티나 쇼헤이, 사사키 로키 등이 등장하면서 ’심리적인 장벽‘이 무너졌다. 선수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지도자들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구단의 케어도 있다.
넓게 보면, 리그 전체 투수들의 구속이 올라가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전체적인 기준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시속 140㎞을 던져도 강속구라 했다. 이제는 고교생도 손쉽게 던지는 스피드가 됐다. 이제 ‘시속 150㎞’가 평가의 잣대가 된다.
김원형 감독은 “나는 시속 150㎞도 던지지 못했다. 내가 선수롤 뛸 때 시속 150㎞는 지금의 시속 160㎞라 보면 된다. 그때는 ‘타고나야 던질 수 있는’ 구속이 시속 150㎞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지 않던 시절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도 프로에 온 이후 힘이 붙으면서 구속 자체는 시속 5㎞가 늘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시속 150㎞는 안 되더라. 타고나야 하는 것 같았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더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원형 감독은 “고교에서 시속 140㎞ 중후반을 던지는 투수들은 프로에 와서 시속 150㎞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꿈의 구속이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과거 150㎞의 상징성이 지금은 160㎞가 대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SSG의 전·현직 투수 중에 사례가 있다. 과거 엄정욱과 현재 송영진이다. 김원형 감독은 “엄정욱은 첫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40㎞대 공을 던졌다. 이후 점점 올라 시속 150㎞를 훌쩍 넘었다. 송영진도 시속 145㎞ 정도 던졌는데 프로 입성 후 149㎞까지 나온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공은 최고의 무기다. 시속 140㎞보다 시속 150㎞가 더 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모든 투수에게 ’안우진-문동주처럼 던져라‘고 하는 것은 무리다. 안 될 말이다. 대신 ’스피드는 더 올릴 수 있다‘고 접근해야 답이 나온다.
물론 마음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김원형 감독은 “기본기가 좋아야 하고, 기초가 탄탄해야 한다. 하체 활용, 고관절-상체 회전 등 몸을 쓰는 것도 세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복합적으로 잘 돼야 구속도 나온다”고 짚었다.
어쨌든 ‘표본’이 나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연구와 노력의 영역이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쓴맛을 봤다. 세계와 비교해 구속 차이가 확연했다. 따라갈 때다. 충분히 가능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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