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파산 사태 전부터, 미국 경제는 하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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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은행 위기에 대한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도하지 않았던 통화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금융시장에 제공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확실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사실 외에도 그간 미국 경제를 둘러싼 경기 논쟁에 분명한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도 적잖은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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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는 은행 위기에 대한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조만간 마무리될 것’이라는 의도하지 않았던 통화정책과 관련된 정보를 금융시장에 제공했다.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결과, 이른바 취약한 연결고리로 불렸던 영역에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확실한 단서를 제공했다는 사실 외에도 그간 미국 경제를 둘러싼 경기 논쟁에 분명한 종지부를 찍었다는 점에서도 적잖은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최근 공개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관계자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경미한 침체’(mild recession)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경제 전반, 특히나 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진단이었다. 다시 말해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높아진 경기 둔화 우려라는 확실한 증거가 존재했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공식적으로 침체를 언급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은행권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이전부터 이미 뚜렷하게 둔화하는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노동시장에서 나타난 구조적인 변화로 고용 지표들이 대체로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침체를 언급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보다 적절한 해석이라고 하겠다.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전 미국 경제를 둘러싼 논쟁은 ‘경착륙이냐, 연착륙이냐’부터 ‘노 랜딩’(No Landing·경기 침체가 없는 상황)까지 매우 다양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고용과 높은 물가였다. 이에 연준은 정책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할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는데, 결과적으로 경기 진단이 통화정책으로 인해 마치 퍼즐 맞추기와 같이 후행적으로 이뤄졌다.
그렇다면 은행권 위기가 본격적으로 촉발되기 이전 미국 경제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 위해 여러 지표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역시나 가장 주목할 지표는 소비와 관련된 데이터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를 확인하는 것은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경기 진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2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늘었으며 지난해 4분기 이후로는 꾸준히 7~8%대 증가율을 유지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이었던 2017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 가장 높았던 수치가 5.8%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오른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2월 실질 개인소비지출(Real PCE)은 전년 동월에 비해 2.5% 증가하는데 그쳤다. 또 지난해 4분기 이후 월간으로 증가율 분포는 1.4~2.7%인데, 이는 앞서 언급했던 기간(2017년 1월∼2020년 2월)의 증가율인 1.3~3.4%와 비교할 때 하단부에 가깝다.
이처럼 실질 값으로 환산된 개인소비지출이 명목 값과 상당한 괴리를 나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거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여파로 미국 가계의 소비는 이미 실질적으로는 위축됐음을 시사한다.
아울러 은행권 위기 이후로 예상되는 금융 기관들의 경직적인 대출 태도 등과 같은 신용과 관련된 위축 요인들이 가세할 경우 소비를 중심으로 한 미국 경제의 하강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 & 채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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