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글로벌 경기침체 대비한 안전벨트 미리 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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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둔화하기 시작한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경로로 접어들고 있다.
지금의 경기둔화를 코로나19 경제회복 국면에서 벌어지는 일시적 어려움으로 치부해선 안되는 이유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40년 만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금리인상을 편 결과, 올초 은행위기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경기침체 발생이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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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내외 환경은 더 심각
어설픈 부양책 썼다간 낭패
정부의 비상한 방비책 절실
피해규모 최소화 역점 두고
기업·가계경제 면밀 점검을
지난해말 둔화하기 시작한 경제가 심상치 않은 경로로 접어들고 있다. 고물가·고금리로 신음하던 가계의 고통이 끝날 기미는커녕, 성장 엔진이 빠르게 식어갈 위험이 커지고 있다. 꺼지는 경기가 기업부채를 늘리는 가운데 9년 만의 대규모 세입 결손 가능성이 엄격한 부채 관리를 약속한 정부의 빚마저 다시 급증세로 만들까 걱정이다. 국민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어렵게 시작한 재정건전 기조 불씨를 총선을 1년 앞두고 꺼뜨리지 않으려면, 정부의 전에 없는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최근 우리가 직면한 경제적 문제의 난도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경제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과 산업 기반에서 구조적인 약화가 진행되고 있다. 대외부문 의존도가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지난달까지 벌써 13개월째 적자다. 수출은 정체를 넘어 6개월째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말에 경상수지는 아직 흑자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총리의 느긋한 위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수입액이 감소했음에도 수출액이 훨씬 더 줄어 무역적자가 쌓이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말 그대로 불황형 적자 시대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한 과거 침체가 불황형 흑자로 나타난 것과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모두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크게 바뀌어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세계화와 중국 경제 개방으로 지난 20년여간 누렸던 특별한 혜택의 시대가 바야흐로 종언을 고하는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를 안겨주던 중국은 경쟁국이 됐다. 제조업에서 한국을 추월하려는 중국을 상대로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지금의 경기둔화를 코로나19 경제회복 국면에서 벌어지는 일시적 어려움으로 치부해선 안되는 이유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정상화) 본격화와 더불어 하반기에는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는 믿을 것이 못된다.
우리를 맞이할 것은 훨씬 더 엄혹한 현실이 될 공산이 지금으로서는 더 커 보인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40년 만의 고물가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금리인상을 편 결과, 올초 은행위기에 이은 신용경색으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경기침체 발생이 예고된 상태다. 정부가 믿고 있는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기대 이하며, 내수 중심의 정책으로 대외 수출 개선 정도는 미약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악화일로에 있는 미국·중국 갈등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올해 내내 한국 경제에 최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국제 경제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역할은 장밋빛 전망이나 경기의 반전 가능성을 언급해 단순히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만 있지는 않다. 장바구니 물가 인상, 대출금 상환 부담 증가보다 더 큰 고통이 벌어질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취약해진 기업들이 고금리 신용경색 국면에서 연쇄 도산하고 실업자들이 대량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하반기 우리 경제가 지금보다 더 험로에 놓일 가능성을 인식하고 비상한 계획을 마련해두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어설픈 경기부양 정책을 흉내 내선 안된다. 글로벌 차원의 침체위기 여파는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고 경제적 생존을 확보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기업과 가계의 경제 안전벨트가 단단한지 먼저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을 미리 찾아 놔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재정 낭비는 없어야 한다. 지원은 폭풍이 오기 전보다는 휘몰아칠 때와 지나간 후에 더 소중하고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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