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도구’ 없이 구호만…갈길 먼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
배출량 정확히 따질 ‘계수’ 미흡
환경오염 논란있는 완효성 비료
저감법으로 제시해 업계 우려
논물떼기를 신기술인양 포장도
최근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조정해 발표했다. 총 감축 목표는 유지하되 산업별 목표를 조정해 새로 밝힌 것인데,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기존 수치 그대로 유지됐다. 이 목표대로면 2030년까지 우리 농축수산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7.1% 줄어든 1800만t으로 줄여야 한다. 하지만 현장과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채 구호만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 주요 정책 살펴보니=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21년 문재인정부가 수립한 총량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산업별 세부 배분은 달라졌지만 농축수산업분야에선 크게 바뀐 게 없다. 여전히 2018년 배출량 대비 27.1%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고수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를 위한 주요 정책으로 농업분야에선 ▲저탄소 농업 기술과 친환경농업 확산 ▲농업(재배)분야 온실가스 감축 기술 등을 꼽았다. 스마트팜 확산 등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해 중요하다고 봤다.
정부가 밝힌 ‘저탄소 농업 기술’과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 기술’은 현시점에선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하고 있는 ‘농업·농촌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표)과 환경부의 ‘배출권 거래제 외부 사업’ 방법론에 등록된 기술을 뜻한다. 각각 16개·15개 방법론이 등록돼 있는데 에너지 이용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이용, 질소질(합성) 비료 저감, 농축산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 활용, 논물관리 등 내용 자체는 대동소이하다.
◆정확한 배출계수 없고, 농가 참여도 미미…개발·홍보 필요=문제는 이같은 온실가스 감축 농업 기술을 적용했을 때 얼마나 온실가스가 저감되는지를 알 수 있는 ‘배출계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저탄소 농업 기술’을 적용했다고 하지만 실질적 감축량을 계산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사업에선 그 나름 해법을 찾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사용하던 합성 비료 대신 완효성 비료를 사용했다면 ‘기존 합성 비료 가운데 질소분’에서 ‘완효성 비료 사용량 중 질소분’만큼을 단순 뺄셈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값만큼 질소 비료를 감축했다고 보고, 질소비료 감축값을 온실가스값으로 환산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론 역시 대부분 마찬가지다. 기존 비료·전기·등유 사용량과 온실가스 감축사업 적용 이후의 사용량을 단순 비교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기술 적용 전후의 값을 단순 비교하는 것인 만큼 구멍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농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아직 방법론에 대한 계수가 개발되지 않아 정확한 감축량을 산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사실 어떤 자재·제품을 어떤 환경에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방법론에 제시된 온실가스 감축 농업 기술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완효성 비료가 대표적인 예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사실 완효성 비료는 미세플라스틱 잔존 문제 때문에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비판이 계속된다”며 “코팅이 분해되는 제품이라면 모를까, 일반 완효성 비료를 온실가스 감축 농업 기술로 홍보해도 되는 건지 찜찜하다”고 귀띔했다.
학계에서도 제대로 된 온실가스 감축 농업 기술 개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토양비료학회 한 관계자는 “논물관리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소 저감 농업 기술이자 거의 유일하게 메탄 배출계수가 개발된 기술인데, 사실 논물관리 기술 70∼80%는 이미 농가가 실천하고 있는 것”이라며 “논물떼기를 새로운 탄소 저감 기술인 것처럼 포장해 소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성토했다.
농가 참여도 아직 적은 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자발적 감축사업 인증을 받은 농가는 2013년 60호에서 2022년 767호로 10배 이상 늘었지만, 여전히 전체 농가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 1t당 2만∼3만원(시장가격)을 받는 외부 사업 인증 유효농가는 지난해 기준 245호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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