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산불 투입 가능 헬기 1종뿐… 운항규정 묶여 무용지물

야간시간대 화재 해마다 증가
관련기준 미흡 운항 제한 지적
운용 제도 재정비 필요성 제기

▲ 강릉에 배치된 S-64기종 대형산림헬기는 야간시간대 산불발생시 풍속제한 등으로 사실상 무용지물로 운영되고 있다.

해마다 야간산불이 급증하고 있지만 일몰 후 운항을 제한하고 있는 야간진화헬기 운용을 위한 제도적 정비가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어 대형산불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총 5368건으로, 이중 야간산불이 665건(14.1%)에 달했다.

특히 야간산불 빈도수는 2013년 34건에서 2019년 94건, 2020년 80건,2021년 53건에 이어 지난 해 127건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2019년 4월 고성·속초산불의 경우 오후 7시 전후의 야간시간대 발화되면서 진화헬기가 제때 투입되지 못해 도심까지 산불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선 지자체는 야간시간대에도 산불진화헬기의 투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행 규정상 산림청과 소방청에서 보유한 헬기 중 야간산불현장에 투입가능한 기종은 국내산 수리온 산림헬기 단 1대에 불과하다. 이마저 승무원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과 야간운항에 따른 조정사의 자격기준이 마련되지 못해 운항을 꺼리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시절 최신형 산림헬기 5대가 도입됐지만 수리온 기종을 제외한 미국산 S-64 헬기 4대는 1200억원대의 구입비를 주고도 국내 야간운항기준에 부적절한 기종으로 판정돼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야간산불진화에 투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산림청, 소방청, 경찰, 국방부 등 국가기관 소속 헬기는 항공안전법에 근거, 화재진화를 위한 야간운항이 가능하지만 풍속 초속 5m 초과하거나 조정사가 공식인증된 야간투시경(NVG)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 운항할 수 없는 국토부의 운항기술기준의 까다로운 규정에 묶여 야간현장출동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이로 인해 강릉에 배치된 산림헬기(S-64)도 초속 20m이상의 풍속에서도 운항이 가능한 대형헬기이지만 야간시간대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다.

배택훈 한국산불학회 부회장은 “산불의 조기진압과 확산방지를 위해 산불진화헬기의 야간운항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민간임차항공기에 대해서도 특례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박창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