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대형산불] “거동 힘들어 화장실도 못가” 집 잃은 설움에 더해진 고단함

이연제 2023. 4.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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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엿새째 임시대피소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민들은 당장 이주 대책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답답함을 토로했고 고령층의 경우 잠자리와 거동이 불편해 살던 집이 절실히 그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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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대피소 생활 엿새째 이어가
고령층 잠자리·화장실 불편 호소
강릉시, 1·2차 피해조사 등 계획
대피소 운영 내달까지 지속 전망
▲ 15일 강릉아레나에서 만난 이재민 김순녀 할머니. 할머니가 지내고 있는 텐트의 모습. 김 할머니는 다리가 불편해 딱딱한 바닥에서의 생활이 더욱 힘겹다.

지난 11일 강릉에서 발생한 산불로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은 시민들이 엿새째 임시대피소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재민들은 당장 이주 대책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답답함을 토로했고 고령층의 경우 잠자리와 거동이 불편해 살던 집이 절실히 그립기만 하다.

16일 찾은 강릉 아레나. 해당 장소에는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대피소가 운영되고 있다. 이재민들은 대부분 화재 당시 입고있던 옷가지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활용품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옷가지나 세면도구 등으로 충당했다.

이재민 김순녀(91)씨는 “오랫동안 농사일을 하면서 관절을 다쳐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상태인데 지금 한쪽 다리를 아예 사용하지 못해 화장실을 다녀오기도 너무 벅차다”며 “수십년 동안 자식들과의 추억이 담긴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려 슬프고 집이 너무 그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남훈(75)씨는 “씻는 것, 자는 것 모두 살던 집에 비해 불편하지만 감수해야지 어쩔 수 있겠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동에 살던 그는 산불 발생 당시 인근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당장 뛰쳐나왔다. 하지만 대피한지 5분도 안돼 불덩이가 집 옆으로 떨어져 활활 불타는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할 따름이었다.

주민들은 언제쯤 이주대책이 마련되는지를 알지 못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안영순(61)씨는 “당장 이주 대책이나 보상 문제들이 어떻게 되는지 너무 궁금한데 진행사항을 모르겠다”며 “갈 곳이 없어서 어쩔수 없이 지내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피하면서 틀니도 두고 와 먹는 것이나 자는 것, 씻는 것 모두 불편해 빨리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시에 따르면 1, 2차 피해조사가 끝난 후 현장 잔해물 철거와 임시 주택 희망자 수요조사까지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피소 운영은 5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의해 산불 이재민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30가구를 우선 확보해 긴급지원키로 했다. LH 지원 주택은 2년간 보증금이 면제되고 월 임대료가 50% 감면된다. 남은 임대료는 강원도와 함께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LH와 협의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노약자와 중증 장애인, 아동 동반 가족 등 총 16가구 56명이 녹색체험도시센터(이젠)에 마련된 임시 주거 시설로 우선 입소했다. 현재(16일 오후 3시 기준)대피소(텐트)에 거주 중인 이재민은 143동 297명이다. 이연제·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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