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미국 100배 속도의 뱅크런 경고...대비책 서둘러야

2023. 4.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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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에서 지난달 일어난 초고속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와 관련, 섬뜩한 경고를 하나 내놨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면 예금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밀했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인 점도 충격적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속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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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에서 지난달 일어난 초고속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와 관련, 섬뜩한 경고를 하나 내놨다. 이 총재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같은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면 예금인출 속도가 미국보다 100배는 빠를 것”이라고 밀했다. 지난주 주요 20개국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DC에서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미국 은행 중 자산 기준 16위인 SVB의 파산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 금융시장을 경악시켰다.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인 점도 충격적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속도였다. SVB는 유동성 고갈에 직면해 보유자산을 손절매했음을 밝힌 지 불과 36시간 만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고객들의 예금인출 속도가 워낙 빨라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경우 과거에는 고객들이 은행 창구로 달려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으로 앉은 자리에서 바로 예금을 인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거래 디지털화가 뱅크런 스피드를 끌어올려 은행의 고속 파산 위험을 급격히 키웠음을 SVB 사태가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 이용 비중이 높다. 이 때문에 그러잖아도 금융 디지털화의 부작용에 더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터였다. 그런데 이 총재가 미국 대비 100배의 초고속 뱅크런을 거론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그즈음 ‘웰컴·OK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대규모 결손을 냈고 곧 지급을 정지할 예정’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인터넷을 통해 퍼져 금융당국이 긴급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가짜뉴스 하나로도 은행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알린 이 총재의 경고는 상응하는 방비 대책 수립으로 조속히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되레 금융시장에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이 총재는 은행들의 지급 보증용 담보자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 당국과 함께 악성 루머의 모니터링 강화,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기준 제고 및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 조정 등 다각적인 종합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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