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대체재 있다"는 美장관, "연내 인하 어렵다"는 전문가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은행들이 시스템 위기 후 대출에 신중해지고 있다면서 제약적인 신용 환경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에 대해선 침체를 피할 수 있다며 낙관론을 이어갔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덜 떨어질 것이라며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옐런 장관은 15일(현지시간) 진행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당국의 빠른 조처로 은행 위기가 빠르게 진정됐으나 은행들은 위기를 계기로 대출을 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전부터 은행 시스템에서 대출 기준이 강화되는 것을 봤고 앞으로도 은행은 더 신중해질 공산이 크다"면서 "이는 신용 시장에서 제약을 가져오는 만큼 연준이 해야 할 금리 인상의 대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없어도 인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옐런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지난 11일 은행 위기 여파에 대한 평가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그는 "현 단계에서 신용 경색을 암시하는 증거를 실제로 보지 못했다"며 "우리 은행 시스템이 여전히 강력하고 회복력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다만 신용 여건의 제약을 지적하면서도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이어갔다. 대출이 줄어들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고용과 경제 활동 둔화로 이어져 경기 침체의 토대가 된다. 하지만 지금까진 경제 전망을 바꿀 정도의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옐런 장관은 "나는 현시점에서 경제 전망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만한 극적이고 중요한 뭔가를 보지 못했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식는 가운데에서도 완만한 성장과 강한 고용시장이 이어지리라는 게 나의 경제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의 전망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서 나타난 이코노미스트들의 시각보다 희망적인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당초 예상만큼 빠르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고금리 부담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준하는 상황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봤다.
WSJ가 이달 7~11일 6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해 15일 공개한 최신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들이 제시한 올해 연말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평균 3.53%였다. 1월 설문조사 당시 전망치인 3.1%보다 훌쩍 높아진 수치다.
예상보다 끈끈한 인플레이션에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강해졌다.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한 이들은 39%에 불과했다. 61%는 내년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1월 조사에선 과반이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했지만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높여 잡은 만큼 금리 인하 전망도 미룬 것이다. 또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는 5월이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한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컨설팅회사 RSM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셀라는 "중소형 은행들을 둘러싼 추가 금융 불안이 생기지 않는다면 연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런 냉철한 전망은 연내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한국시간 15일 오후 1시 기준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80% 가깝게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미국의 경제 성장률과 실업률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 중 61%는 앞으로 12개월 안에 침체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은 3분기에 경기 위축이 시작될 것으로 봤다. 현재 3.5%인 실업률은 연말 4.3%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침체는 비교적 얕고 단기에 그치리란 전망이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슬로우세션(slowcession)'에 진입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슬로우세션은 '느린'이라는 의미의 '슬로우'와 '침체'를 의미하는 '리세션'의 합성어로 경제가 점차 둔화하면서 성장세가 거의 멈춰서는 상황을 가리킨다.
지난달 금융시장을 뒤흔든 은행 위기와 관련해선 침체 위협으로 직접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58%는 은행 위기는 거의 피해 갔다고 진단했고 42%는 앞으로도 여진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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