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학 증거에 대한 전문가 진술과 의사 결정[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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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에 물컵이 하나 놓여 있다.
컵에 물이 반 쯤 차있다.
오늘 할 일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예상되는 것들로 가득찼다면 나는 아마도 "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에 반해 오늘 하루가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면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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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앞에 물컵이 하나 놓여 있다. 컵에 물이 반 쯤 차있다. 오늘 할 일이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가 예상되는 것들로 가득찼다면 나는 아마도 "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에 반해 오늘 하루가 좋은 결과가 기대되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면 "아직 물이 반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과 환경을 해석하는 방식은 주변에서 제공한 정보와 이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감정과 정서의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감정과 정서가 태도 및 인지 과정에 미치는 현상은 우리 일상 속에만 발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1월 1일부터 국민참여재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배심원으로 선정된 국민은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해 평결을 내리고, 유죄 평결이 내려진 피고인에게 선고할 적정한 형벌을 토의하는 등 재판에 참여하는 기회를 갖는다. 배심원들은 형사재판 과정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증거들에 대한 해석을 하고, 이에 기초해 유무죄 평결을 내린다.
배심원 또는 예비배심원들은 의사결정을 위해 범죄사건과 관련하여 진위 여부에 대한 과학수사 결과를 제공받는다.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증거에 기초하여 수사현장에서 용의자와 피의자를 분류하고, 더 나아가서 피고인에 대하여 범죄의 유무죄를 가르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즉, 범죄의 유무죄 판단에서 과학수사의 증거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분석이 활용되고, 이러한 분석 결과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범죄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에 대한 과학수사의 결과를 국민참여재판에 참석하는 배심원들에게 어떻게 전달되어야 할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동일한 내용이라도 전달되는 형식 혹은 사용되는 언어에 따라서 매우 다른 느낌의 정보를 전달할 것이다. 예를 들어 2017년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과학수사의 결과물이라도 해석을 제공하는 방식에 따라서 유무죄 의견이 달라진다. 특히 법과학 증거의 해석에 조건부 확률을 제공한 경우에는 검사의 오류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았고, 확률과 빈도에 기초한 해석을 제공한 경우에는 변호사의 오류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았다. 두 경우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100% 일치함에도 해석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수사를 통해서 증거를 해석하고 이를 형사사법기관에 제공하는 기관들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혹시 과학수사를 담당하는 기관이나 담당자들이 과학수사 결과물의 객관성을 호도하기 위해 결과물 해석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과학 수사의 결과물은 객관적이어서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일반 대중에 대한 형사사법기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과학 수사로부터 얻어지는 증거에 대한 해석과 전달 방식의 표준화와 매뉴얼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반 대중 혹은 형사사법 전문가들이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해석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조영일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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