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봉투 전당대회, 통화 녹취록까지 나왔는데 ‘정치보복’ 이라니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관련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가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왜 이런 식으로 정치적으로 (수사를) 하느냐”고 했다.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의원 10명에게 돈 봉투를 뿌린 것으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도 “정치 검찰의 비상식적인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사업가로부터 10억원대 뒷돈을 받은 혐의로 1심 유죄판결을 받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된 녹취록이 발단이 됐다. 검찰이 처음부터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노리고 수사를 시작한 게 아니다.
녹취록에 나오는 돈 전달 정황도 구체적이다. ‘봉투 10개 준비됐으니 윤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다섯 명이 빠졌더라고. 빨리 회관 돌아다니면서 처리’ ‘전달했다’ 등이다. 돈 전달 경로와 관련해 ‘송(영길) 있을 때 같이 얘기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선 “300만원 갖고 그러겠느냐” “녹취도 조작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집단적으로 ‘부패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닌가.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돈 선거 의혹이 터지면 검찰 수사와 별개로 자체 진상 조사부터 할 것이다. 2008년 한나라당은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불거지자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민주당은 아무 조치도 없다. 비리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조차 없다. 민주당은 언제부턴가 자신들의 비리 의혹이 터지면 덮어놓고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대표는 말할 것도 없고, 사업가에게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받으며 ‘저번에 주신 거 잘 쓰고 있는데 뭘 또 주시냐’고 말한 녹음까지 나온 노웅래 의원도 “야당 탄압”이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이 전 사무부총장 수뢰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했다. 하지만 돈 봉투 의혹에는 현역 의원, 대의원 등 40여 명이 연루돼 있다. 사실이라면 민주당 상당수가 ‘돈 선거’에 오염됐다는 얘기다. 단순히 ‘보복’이니 ‘탄압’이니 해서 넘길 일이 아니다.
‘돈 선거’는 민주 정치의 근간을 흔드는 악습이다. 우리나라에선 역대 대통령 비자금과 대선 자금 등에 대한 적극적 수사와 판결, 이어진 선거법 개정 등을 거치며 거의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돌리는 후진적 관행이, 그것도 원내 제1당에 아직도 남아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스스로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송 전 대표도 귀국해 진실 규명을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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