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무등’ 태우지 말고 ‘목마’도 타지 마라
봄이 한창 물오른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는 봄꽃축제와 산나물축제 등이 펼쳐지고 있다. 축제 현장은 어디든 상춘객들이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다.
이런 곳에서 흔히 보는 풍경 중 하나는 어른들의 어깨 위에 앉아 세상을 신기하다는 듯한 눈길로 바라보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늘 자기 눈높이의 낮은 데서 바라보던 세상과 달리 아빠나 삼촌, 아니면 젊은 할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 어른들보다 더 높은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세상은 아이들이 지금까지 바라보던 곳과는 다른 세상일 것이 분명하다. 그 때문인지 어른들의 어깨에 걸터앉은 아이들의 얼굴에는 꽃보다 화사한 웃음이 번진다. 그들의 얼굴이 봄꽃이다.
이처럼 아이들을 목 근처에 올려놓는 일을 두고 흔히 ‘무등을 태운다’고 한다. 등 위쪽으로 해서 올라타게 하는 것이라서 ‘무등’이 바른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의 ‘무등’은 ‘무동’으로 써야 한다.
옛날에 걸립패(동네의 경비를 마련코자 집집마다 다니며 풍악을 울려 주고 돈이나 곡식을 얻으려 조직한 무리)나 사당패(돌아다니며 노래와 춤, 잡기 따위를 팔던 유랑극단의 하나)가 하던 놀이 중에 여장을 한 남자아이가 어른의 어깨에 올라서서 춤을 추는 것이 있었다. 이때 어른의 어깨 위에 올라선 아이를 ‘무동(舞童)’이라 하고, 무동을 어깨에 올라서게 하는 것을 ‘무동을 태운다’고 했다.
이러한 ‘무동’은 ‘목말’로도 쓸 수 있다. “남의 어깨 위에 두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는 일”이 ‘목말’이다. 이 ‘목말’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어깨에 올리는 일에 쓸 수 있다. 하지만 어른을 어깨에 올리는 일에는 ‘무동’을 쓸 수 없다. ‘무동’은 말 그대로 “상쇠의 목말을 타고 춤추고 재주 부리던 아이”이기 때문이다.
‘목말 태우다’를 ‘목마 태우다’로 쓰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나무로 말의 모양을 깎아 만든 물건”을 뜻하는 ‘목마(木馬)’와 “말을 먹여 기름”을 의미하는 ‘목마(牧馬)’ 등은 있어도 “아이나 어른을 어깨에 올려놓다”를 뜻하는 ‘목마’는 없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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