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함까지… 마크롱, 연금개혁법 전격 공포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3. 4. 17.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佛헌법위, 정년 62→64세 연장 등 대부분 조항에 “헌법 위배 안돼”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제12차 연금개혁 반대 시위가 열린 가운데 남서부 툴루즈에서 시민들과 노조원들이 행진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연금 수령을 위한 법정 은퇴 연령(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연장하는 프랑스 연금 개혁법이 14일(현지 시각) 대부분 조항에 대해 프랑스 헌법위원회의 ‘합헌(合憲)’ 결정을 받고, 수시간 만에 전격 공포됐다. 일부 조항이 위헌 판단을 받았지만, 논란의 핵심인 정년 연장과 헌법 49조 3항을 이용해 의회 표결을 건너뛴 것 등은 모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12차례에 걸친 파업과 시위로 정년 연장에 반대해 온 야당과 노동 단체는 격렬한 반대 투쟁을 예고했다.

헌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6시 “정부가 제출한 연금 개혁 법안 중 일부 조항에 위헌 요소가 있어 ‘부분 위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300명 이상 고용 기업에 고령자(55세 이상)의 고용을 의무화하고, 전체 직원 중 고령자의 비율을 공개토록 하는 규정 등 6개 조항이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헌법위원회는 그러나 “(정년 연장을 위해) 사회보장재정법(PLFRSS)을 개정한 입법 방식, 또 법안 처리 과정에서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을 건너뛴 것 등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더불어 야당이 낸 연금 개혁법에 대한 국민투표 요청도 반려했다.

프랑스 연금 개혁법은 이에 따라 일반 근로자의 정년을 2년 연장하는 핵심 내용 그대로 시행되게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밤 늦게 위헌 결정이 난 6개 조항을 삭제한 연금 개혁 법안에 서명하고, 즉시 공포를 지시했다. 일간 르피가로 등 프랑스 주요 매체는 “마크롱 대통령이 (1~2일의 시간을 두는) 관례를 깨고 불과 수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법안에 서명했다”며 “연금 개혁을 속전속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연금 개혁법은 15일 새벽 전자 관보를 통해 게재되면서 공포 절차도 마쳤다. 정식 시행일은 9월 1일부터다.

노트르담성당 복원공사 현장 간 마크롱 - 에마뉘엘 마크롱(맨 오른쪽) 프랑스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2019년 화재로 훼손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야당과 노동 단체는 거세게 반발했다. 강성 노동총동맹(CGT)은 “연금 개혁법 무력화를 위한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며 “마크롱은 프랑스에 ‘대혼란(chaos)’을 초래한 인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프랑스 8개 노동 단체는 긴급 회동을 통해 5월 1일 대규모 반대 집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와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등 야당도 “마크롱이 한밤중에 도둑처럼 악법을 공포했다”며 “이 법은 국민적 저항에 좌초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야당이지만 연금 개혁에 우호적인 공화당(LR)은 “모든 정치 세력이 헌법위원회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현지 언론은 “정부의 치밀한 입법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주간 르푸앙은 “고령자 고용 및 고용률 공개 의무화 규정은 정부가 위헌 지적을 받을 것을 예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분 위헌 판단을 유도하려 일부러 문제가 될 만한 것을 집어넣었다는 뜻이다. 이 매체는 “정부가 논란이 되는 법을 밀어붙일 때 쓰는 고전적 방식”이라며 “부분 위헌 판단으로 헌법위원회는 체면을 살리고, 정부는 실리를 취했으며, 노조와 야당은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