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비서관에 최측근, 경악할 일”이라는 野… 與 “文때 탁현민 뭐냐”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공석이던 의전비서관 자리에 대선 캠프 홍보본부 기획단장을 맡았던 김승희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을 발탁했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의 공식 행사와 일정을 챙기는 자리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15일 “김승희 의전비서관은 김건희 여사의 대학원 동기로 ‘김건희 라인’”이라며 “최측근만 챙기면 된다는 대통령실의 편협한 인사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서도 최측근 인사들을 의전비서관에 앉혔다가 각종 논란을 야기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 청와대에 입성하며 과거 히말라야 트래킹을 함께 했던 탁현민씨를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에 임명했다. 탁씨가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는 남자 입장에서 테러” 같은 내용의 여성 비하 책들을 쓴 것으로 뒤늦게 드러나 여성계와 진보 진영에서 사퇴 요구가 나왔다. 문 정권의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조차 탁씨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정 장관이 2018년 교체됐고 탁씨는 2020년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측근인 김종천 청와대 행정관을 의전비서관에 기용했다. 의전 경험이나 전문성은 없는 인사였다. 실제 석 달 후 청와대 영빈관 공식 회의에서 참석자들과 악수 후 자리로 돌아가려던 문 전 대통령의 동선이 꼬여 나가는 길이 막히면서, 대통령이 발을 들어 책상 위를 넘어 나가는 사고가 터졌다. 두 달 뒤 김 비서관은 만취 음주 운전을 하다 경질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최측근을 의전비서관에 기용했다. 취임 후 첫 의전비서관으로 자신의 비서 출신인 서갑원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임명했다. 서 전 의원은 이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011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워 ‘감찰 무마’ 논란을 야기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역시 노무현 청와대에서 대통령 의전과 일정을 담당하는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노 전 대통령 수행 비서도 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각종 뇌물 혐의를 받던 그를 감찰하려 했지만 이를 무마하려던 정권 인사들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이 때문에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비판과 관련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는가? 전형적인 민주당의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대 외교관들이 맡은 의전비서관 자리에 대통령실이 탁씨처럼 행사 및 전시 기획 분야에서 일했던 인사를 앉히면서 ‘쇼통’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김 여사와의 대학원 인연으로 이런 논란은 애초 예상됐던 것”이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대통령 행사는 ‘쇼’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더더욱 진정성 있게 기획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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