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차별 이용해 아이 키울 수 없다
얼마 전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안 줘도 되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대표발의한 조정훈 의원은 법안이 통과되면 월 100만원 이하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여성의 육아와 가사에 대한 부담을 줄여 낮은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사노동자는 원래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않았기에 외국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더라도 차별이 아니고, 그동안 시행된 저출산 정책과 달리 합계출산율 0.78명으로 소멸하고 있는 우리나라를 구할 수 있는 ‘급소’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1953년 근로기준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 ‘함께 사는 친족들만 고용하는 사업’과 ‘가사사용인’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근로시간, 급여 등 근로조건의 최저기준을 일률적으로 법에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라서 가족들끼리만 운영하는 소규모 사업이나, 그 당시에는 ‘식모’라는 이름으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면서 가사를 했던 가사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가사노동은 서비스산업으로 발전했고, 과거처럼 가정에 입주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경우보다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간제 고용형태가 일반화되었다. 고용형태가 변화했는데도 여전히 근로기준법 등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사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작년에 가사노동자법이 시행되었다. 일부이긴 하지만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회사에 고용된 가사노동자는 다른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최저임금법, 남녀고용평등법을 적용받는다. 외국인 가사노동자도 인증된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될 수 있고, 사생활 영역에서 일하는 특수성과 체류자격 관리 등을 고려할 때 인증기관에 고용될 필요성은 외국인이 더 크다. 개정안은 같은 조건에 있는 가사노동자와 비교할 때 오로지 ‘국적’을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고 있어 부당한 차별이 명백하다.
정책 실효성도 의문이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제외하는 법이 시행되면 단기적으로 기존 가사노동자의 급여 등 근로조건까지 낮아지게 된다.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대략 30만~50만명의 노령·비정규 여성 인력이 가사서비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추산된다. 대부분 안정적인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저임금·장시간 노동을 하는 취약계층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등 인권침해적 상황에 놓여 있다는 연구 결과와 저임금 산업에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공급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개별화된 수요·공급에 따라 결국 시장가격으로 회복되어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무엇보다 가사노동과 육아를 값싼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기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접근에 동의할 수 없다. 결혼과 임신·출산의 포기는 복합적인 사회현상의 결과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가정과 사회의 돌봄의 균형을 올바르게 회복하는 과정이 더뎌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차별을 이용하라는 것은 문명의 탈을 쓴 야만이 아닐까.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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