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스리아이스급’ 정보공유… 도청논란, 정보동맹으로 뚫는다

최경운 기자 2023. 4.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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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한미 정상회담때 안보협력 확대… 일본 포함 논의
북핵 위협에 도청 논란 불거지자 3국 정보공유 범위 넓혀
한미일 3국 정상이 지난해 6월 29일 오후(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IFEMA) 국제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뉴스1

한미가 오는 26일 미국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때 ‘정보 동맹’ 수준의 사이버 안보 협력 확대를 골자로 한 문서를 채택하고, 향후 일본을 정보 공유 확대 대상국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정보 공유 범위를 ‘포괄적인 정보’로 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감청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한미 양국이 오히려 ‘정보 동맹’ 수준의 정보 공유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일 3국이 영어권 국가 첩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스(Five Eyes)’에 맞먹는 3국 정보 협력체(Three Eyes) 출범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보 소식통은 “도청 의혹 이후 우리 정부가 미국에 더 강력한 정보 공유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일 정보 공유 체계

미국 방문을 마치고 15일 귀국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한미 정보 동맹에 어떤 파트너들을 추가로 초대할지 앞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한미 정보 동맹에 일본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가능성이 크다. 단계적으로 사안에 따라 검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미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적대 세력 억지, 핵심 기반 시설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공동 대응 등 사이버 안보 협력 강화와 관련한 별도 문서를 채택하기로 합의했는데, 양국 정상이 발표할 협력 강화 방안의 핵심이 정보 공유 확대가 될 것이란 뜻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양국 정보 공유의 범위가 사이버 안보 분야에 머물지 않고 북한, 나아가 중국·러시아 등 잠재적 적대 세력 관련 정보로까지 포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보 소식통은 “시긴트(Signals Intelligence·신호 정보) 정보 수집 역량이 압도적인 미국과의 정보 공유가 확대·강화되고 장차 일본까지 참여하면 ‘동북아 스리 아이스(Three Eyes)’급 정보 협력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우리(한미)는 파이브 아이스보다 더 깊은 사이버 정보를 공유하고 있고 한반도에서의 한미 정보 동맹을 더 굳건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감청 의혹이 불거진 와중에 미 안보·정보 당국자들을 만나고 온 김 차장의 이날 언급은 양국이 정상회담을 열흘여 앞두고 불거진 돌발 변수를 정보 공유 확대·강화로 돌파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미국 기밀 유출 파문이 불거진 후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사건 경위 등에 대한 설명과 함께 책임 있는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마다 미 행정부 인사들은 “미안하다”는 뜻부터 전했다고 한다. 자기들 문제로 윤석열 정부가 야당의 공세 속에서 동맹인 미 행정부 입장까지 고려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미 측에 정보 공유의 확대·강화를 요청했고, 미국도 동맹 간 신뢰 강화 차원에서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런 (기밀) 유출이 발생한 이후 동맹 및 파트너들과 고위급에서 접촉하고 있다”며 “우린 정보 보호 및 안보 파트너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분명히 했다”고 했다. 양국이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기로 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작년 5월 1차 정상회담 때도 사이버 안보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었다. 사이버 적대 세력 억지, 핵심 기반 시설의 사이버 보안, 사이버 범죄 및 관련 자금 세탁 대응, 가상 화폐 및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 보호, 사이버 역량 강화, 훈련, 정보 공유 등이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양국은 한국 외교부와 미 국무부 간 사이버정책협의회, 한국 법무부와 미 국토안보부·FBI 간 사이버 범죄 수사, 법 집행 협력을 위한 한미 사이버 워킹 그룹을 설치하고 운용해왔다. 외교 소식통은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정보 공유에 합의할 것으로 안다”면서 “공유 대상 정보가 사이버 관련 정보에 머물지 않고 북한은 물론 중국·러시아 관련 군사·경제 안보 정보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은 광범위한 휴민트(인적 정보)뿐 아니라 첩보 위성 등 압도적인 시긴트(신호 정보) 수집 역량을 갖고 있고 영어권 기밀 첩보 공유체인 파이브 아이스를 운용하고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정보 공유를 파이브 아이스에 맞먹거나 이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 언론 보도로 공개된 미 당국의 유출 기밀 문건을 보면 미 행정부는 일부 ‘NF(외국과 공유 불가)’ 문건을 제외한 기밀을 파이브 아이스(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회원국과 공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도청 논란에서 일본 관련 기밀 문건은 없었다. 외교 소식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미(對美) 기조에 변화가 있는 한국과, 그렇지 않은 일본에 대한 미국의 신뢰도 차이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김태효 차장이 한미 정보 공유 확대가 일본을 포함하는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미국과의 정보 공유 심화·확대를 더 효과적으로 성사시키려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가 도모하는 정보 공유 확대의 최종 목표는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것이다.

한·미·일 3국은 현재 한미, 미·일 협정을 통해 군사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3국이 미국을 매개로 간접 공유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미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보 공유 협력안을 발표하고, 여기에 장차 일본까지 참여하면 3국 간 군사·경제 안보 관련 정보 공유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일 3국 정상은 작년 11월 프놈펜 정상회담 때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3국이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최근 북한 핵·미사일에 맞서 새로운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출범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 당국자는 “심각한 국면에 접어든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러시아라는 공동의 도전에 마주한 한·미·일 3국 간 정보 공유 확대·심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일 양국은 외교·국방 국장급 인사가 참여하는 제12차 안보정책협의회를 17일 서울에서 연다. 이 협의회는 2018년 3월 도쿄에서 열린 것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는데,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5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올 상반기에 한일 외교 차관 전략 대화, 한일 경제 안보 대화 등 고위급 대화 채널이 복원될 예정이다. 외교 차관 전략 대화는 2005~2014년 총 13차례 개최됐는데 이번에 열리면 9년 만에 재개된다. 지난 14일에는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국토교통성 대신과 만나 관광 산업 복원과 양국 국민 교류 확대 등을 논의했다.

2006년 시작됐다가 2016년 8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한일 재무장관 회의도 다음 달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를 계기로 약 7년 만에 재개된다. 2019년 11월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한일 국방장관 회담도 오는 6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엔 한미, 한·미·일 국방 장관 회담만 열렸다. 2015년 이후 열리지 않은 한일 통상 장관 회의도 재개될 전망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으면 한·미·일 3국 협력이 다방면에서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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