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머리위로 폭탄이… 日 G7회담 안전 우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4.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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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 나선 기시다에 테러, 아베 피살 이어 경호 또 허점… 내달 히로시마 G7회담 긴장
15일 오전 일본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항(港)에서 보궐선거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이 날아들고 있다. 30cm 크기의 은색 폭발물은 금속제 통의 양쪽을 막은 사제 파이프 폭탄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시다 총리는 테러 다음날인 16일 “(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일본 전체가 움직여 최대한 경호 안전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밝혔다. /트위터

지난 15일 오전 11시 30분쯤(현지 시각) 일본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항(港)에서 보궐선거 자민당 후보 지원 연설을 앞둔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폭발물이 날아들었다. 폭발물은 기시다 총리와 불과 1m 거리에 떨어졌다. 피해는 없었지만 작년 7월 나라현 선거 유세 현장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돼 사망한 지 불과 9개월 만에 유사한 테러가 벌어지자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다음 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국(G7) 정상회의 경호에 비상 경보가 켜졌다. 올해 G7 정상회의에 회원국과 초청국을 합쳐 15국 정상이 참석해 예년보다 큰 규모로 열리는데, 국제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일본 경호 체계의 허술함이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는 16일 총리관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생한 폭발물 투척 사건에 대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를 막는 폭력행위가 일어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 뒤, 곧바로 “(G7 정상회의와 관련해) 일본 전체가 움직여 최대한 경호 안전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외교 일정에도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신이 테러의 위험을 모면한 다음 날, 테러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G7 정상회의에 대한 경호를 우려한 것이다.

외무상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국제사회에서 활약하는 외교력을 본인의 장점이라고 일본 국민에게 어필해온 데다, G7회의의 개최지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히로시마로 하자고 밀어붙인 당사자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은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인도·호주·인도네시아·브라질·베트남·쿡제도 등 8국 정상을 초청했다.

구멍 뚫린 일본의 경호 체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일간지 레제코는 “기시다 총리의 연설 중 폭발 사고는 아베 전 총리 암살의 트라우마를 다시 떠오르게 했다”며 “G7 정상회담이 몇 주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일본 내 경비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도했다. 앞으로 일본 측에 각국 외교 당국으로부터 정상의 경호 강화 요청이 쇄도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한국도 이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교가 관계자는 “당장 우리도 협소한 히로시마 공항 탓에 대통령 전용기를 1호기가 아닌, 크기가 작은 2호기를 타고 가야 할 상황”이라며 “10여 국 정상과 수행 인원이 묵을 호텔과 동선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는데, 경호 체계는 제대로 됐는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일본은 경호에 자신감을 보였다. 이달 초 노기 요시히로 일본 경찰청장은 “(우크라이나나 중국, 북한 등 국제 정세를 고려할 때) 테러나 사이버 공격의 위협을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내 극좌나 우익은 물론이고 조직에 속하지 않은 단독범인 ‘론 오펜더(lone offender·단독으로 기획·실행하는 테러범)’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자국 현직 총리에 대한 론 오펜더의 테러를 사전에 막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일본 경찰청은 G7 정상회담의 경호 인력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히로시마시에는 일본 전국에서 특별 파견 부대가 속속 진입해 행사장인 ‘그랜드프린스호텔 히로시마’와 각국 정상들의 방문이 예상되는 평화기념공원 등의 경비 체계를 정비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2016년 이세시마 G7 정상회의 때는 2만3000명, 2019년 오사카 G20 정상회의 때는 3만2000명의 경찰 인력을 배치했다. 히로시마시에선 2016년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 때 경호 인력 4600명을 투입한 전례가 있다. 아사히신문은 “선거 때 정치인 경호와 (G7과 같은) 정상회의 경호는 난이도가 다른 것은 맞지만, 일본의 경호 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일본 전국의 경찰은 일본의 위신을 걸고서 (G7의) 경호에 만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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