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들 ‘中은 공항 주는데 美는 강의만’ 불만… 美, 외로워져”

뉴욕=김현수 특파원 2023. 4. 17. 03: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머스 前장관, 시진핑 광폭외교 우려
남미-阿 국가들 中 중심으로 뭉쳐… 中, 중동과도 밀착 ‘美고립’ 행보
마크롱-룰라는 美비판 발언까지… 블링컨, 베트남 방문 등 中견제 나서
중국을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중국은 공항을 만들어 주는데, 미국은 강의만 늘어놓는다고 한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사진)은 14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이 중동, 러시아 등과 밀착하는 현상을 두고 “미국이 외로워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중국의 ‘내 편 만들기’ 공세가 강해지는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이 미중에 대해 이런 비교를 한다는 것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어 “미국은 민주주의에 헌신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저항하는 등 역사의 ‘옳은 편’에 있다. 하지만 덜 정의로운 국가들이 점점 한데 뭉치면서 미국이 좀 외로워 보인다”고 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남미, 아프리카 주요국과 연쇄 정상회담에 나선 데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 OPEC플러스(OPEC+)가 ‘깜짝 감산’으로 미국을 곤혹스럽게 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다.

● 시진핑 광폭 행보…美, 고립 전략에 곤혹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전략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핵심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고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 중심의 경제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방 진영 핵심 국가인 프랑스마저 “미중 갈등에서 유럽은 3자”라며 중국과 경제 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브라질을 위시한 남미, 아프리카도 중국과 연대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3월 중순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지난달 20∼22일 국빈 자격으로 러시아를 찾았다. 이어 이달 16일까지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과 정상회담을 이어갔다. 18∼21일에는 알리벤 봉고온딤바 가봉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7일 방중해 시 주석을 두 차례나 만난 뒤 “동맹은 속국과 다르다”며 독립적인 외교 및 경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시사했다. 또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춘계 총회 참석차 미국 수도 워싱턴에 한데 모인 이달 12∼15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해 “왜 달러가 세계를 지배해야 하느냐”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부추기지 말라”는 등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발언을 했다.

● 블링컨은 베트남행…중국 견제 행보

특히 중국과 중동, 러시아의 밀착 관계는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인 산유국 협의체 OPEC+의 ‘깜짝 감산’은 유가를 상승시켜 미국과 유럽의 인플레이션 전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이란과 사우디가 7년 만에 양국 외교관계를 재개하는 데 중재자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이를 두고 “미국에 있어 커다란 도전”이라며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평했다. 유엔 관계자는 “유엔 무대에서도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아프리카 및 개도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핵과 관련해 서방 진영의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이 북미산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동맹인 한국과 일본, 유럽 국가들의 불만을 산 데다 기밀문건 유출 파문으로 외교적 신뢰에 손상이 생긴 것도 실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개도국 및 아프리카 국가와의 연대를 강화하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5일 중국과 지리적, 경제적으로 가까운 베트남을 취임 후 처음으로 찾아 베트남 권력 서열 1위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과 팜민찐 총리 등 지도부와 만났다. 블링컨 장관은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 질 바이든 여사, 블링컨 장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줄줄이 찾았고, 바이든 대통령도 연내 방문을 계획 중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