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안보 위한 해외 감청… 법적인 근거 중요성 커졌다”
올해 말 효력이 만료되는 미국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의 연장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008년 해외 테러 등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제정된 이 조항은 미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등이 의심 가는 외국 개인이나 기관, 정부 등을 도·감청할 근거를 담고 있다. 최근 동맹국 도청 논란 등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기밀 유출 사태의 법적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달 초 기밀 문건 유출 파문이 터지기 전부터 바이든 행정부는 이 조항 일몰 연장을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번 도청 논란이 악재는커녕 호재가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기밀 유출과 별개로 법적 근거에 따른 정보 수집 활동의 중요성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WSJ는 “도리어 이번 사태로 미 정부는 의회를 상대로 해당 법률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정보 당국은 정보 수집을 위해 ‘비밀 법원’이라고 불리는 외국정보감시법원(FISC)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미국인을 상대로 한 감청보다 훨씬 허가를 받기도 쉽고 그 대상 범위도 넓다고 AP통신 등은 전했다.
지난 2018년 한 차례 재승인된 FISA 702조는 의회가 올해 연말까지 재승인을 하지 않으면 일몰 조항에 따라 효력이 만료된다. WSJ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 관리들은 이 조항의 연장을 목적으로 일부 정보 기밀을 해제해 도·감청으로 수집된 정보가 미국 안보에 얼마나 중요한지 의원들에게 보여주는 방안도 추진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매사추세츠주(州) 주 방위 공군 소속 잭 더글러스 테세이라(21) 일병이 기밀 유출 사태로 도·감청의 중요성을 알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테세이라 일병 유출 문건 중엔 미국의 중동권 동맹국인 요르단이 5G(세대) 통신 장비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한 뒤 중국을 달래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내용, 러시아 용병 기업 와그너그룹이 무기 구입을 위해 미국의 동맹 튀르키예와 접촉했다는 내용 등이 있는데, 모두 FISA에 근거한 정보 수집 활동의 결과물로 알려졌다.
NSA의 전직 법률 자문위원 글렌 거스텔은 “(이번 유출 파문은) 이 분야(도·감청)에서 미국의 기술적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며 “의원들은 정보가 얼마나 풍부하고 상세한지를 보고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FISA가 재승인됐을 당시인 2018년 “이전 오바마 행정부가 트럼프 대선 캠프를 감시하고 악용하는 데 FISA를 악용했을 수 있다”고 했다가 “나쁜 외국인들을 감시하는 이 법안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바꾸고 상·하원이 통과시킨 재승인 법안에 서명했다.
공화당 소속 전 대통령, 민주당 소속 현 대통령 모두 법안 존속을 지지하는 모양새지만, 효력 연장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AP 등 일부 외신들은 전망한다. FISA가 규정하는 (도·감청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다며 우려해온 양당 의원들의 의견이 쉽게 바뀌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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