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덕질’은 이로워

정다정 메타 인스타그램 홍보 총괄 상무 2023. 4.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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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허예진

태국 홍보를 맡은 친구는 배우 차은우 팬이다. 인스타 프로필 자기 이름 뒤의 성을 ‘차’씨로 바꿀 정도다. 그가 나오는 드라마는 다 챙겨 보고 팬 미팅에도 꼭 참석한다. 최근에 차은우가 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방콕의 뜨거운 뙤약볕에서 6시간을 기다렸다. “천사를 만나러 가는 길의 더위 지옥쯤은 당연히 견뎌야지!”라고 포스팅을 올린 걸 보고 깔깔 웃었다. 팬심의 힘이 대단하다. 어른의 덕질(특정 인물이나 관심사에 과몰입된 취미 활동)은 이리 즐겁다.

다른 일본인 친구는 K팝 아이돌 그룹 이름 외우기 내기를 하다가 보이 그룹에 푹 빠졌다. 멤버들의 생일마다 기념하는 케이크를 구워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운 지도 일 년이 넘었다. 회사 휴가를 몰아서 한국에서 한 달 집중 어학연수를 하려고 고민 중이다. 덕질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큰 힘이 된다.

나보다 선배인 언니도 덕질 중이다. 그녀는 일 년 동안 돈을 모아 좋아하는 그룹의 해외 콘서트를 보러 가는 게 인생의 낙이다. 우리 애들 콘서트 가려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운동도 열심히 하신다.

나도 덕질 덕분에 취업했다. 어린 시절에 만화를 좋아했다. 대학생 때도 만화방은 제2의 집이었다. 대학 시절 만화 비평 잡지 기자도 할 정도로 만화를 많이 좋아했다.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에 취업하려고 면접을 볼 때였다. 회사 대표님이 “무언가를 미친 듯이 좋아한 적 있어요?”라고 물었다. 당연히 만화 얘기를 했다. 인스타그램은 취미의 플랫폼이자 자기표현의 플랫폼이다. 인스타그램 홍보 담당자를 뽑는데 그렇게 적절한 질문이 없었다. 만화를 좋아한 덕분에 인스타그램에 입사까지 했다. 덕질이 한몫한 셈이다. 즐거워서 한 덕질이 취직하는 데 도움을 줬다.

아이들의 덕질은 입시에 지친 아이들에게 힘을 주고 어른의 덕질은 회사에서 지친 어른에게 다시 회복할 힘을 준다. 친한 동생이 무리해서 회사 일을 하다가 몸에 이상이 왔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쓰러질 정도로 몸과 마음이 약해졌을 때 BTS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자기 스스로에게 너무 무관심해서 아팠다는 깨달음과 함께 다시 일어설 에너지를 얻었다고 한다. 좋아서 시작한 덕질이 에너지가 되어 삶을 살아가게 돕는다. 덕질은 여러모로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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