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결혼 없이 출산한 부모도 지원을

김지섭 기자 2023. 4.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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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저출산 부문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우리나라는 지난 30여 년간 출산율이 반 토막 났다. 1990년 1.57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8명으로 50.3% 떨어졌다. 국가 경쟁력 정도가 아니라 국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출산율보다 더 가파르게 하락한 지표가 있다.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나타내는 조혼인율이다. 같은 기간 조혼인율은 9.3건에서 3.7건으로 60%가량 하락했다. 기간을 2000년 이후로 좁혀보면 출산율이 47.3% 감소(1.48→0.78명)하는 동안 조혼인율은 47.1%(7.0→3.7건) 줄었다. 출산율과 혼인 건수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딩크족(자녀 없이 단둘이 사는 부부) 증가로 인해 심화된 측면보다는 비혼(非婚)주의 확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이 비혼이라면 청년들을 어떻게든 결혼하게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꼭 봐야 할 통계가 있다. 바로 ‘결혼하지 않은 산모(産母)’의 비율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2.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41.9%)의 17분의 1에 불과하다. 미국(40.5%), 영국(49%), 프랑스(62.2%), 스웨덴(55.2%), 독일(33.1%) 등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비혼자 출산율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해외에서는 결혼이 아닌 동거를 하다 출산하는 경우가 많다. 출산했다고 무조건 결혼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부가 아닌 파트너나 연인으로 남고, 이별 후 한쪽이 아이를 맡아 키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혼부나 미혼모 가정, 부모는 있지만 부부는 없는 가정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혼인 신고를 안 한 커플도 부부에 준하는 파트너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고, 아이를 자녀로 신고하는 데 문제가 없는 나라가 많다. 가족 구성이나 형태에 고정관념이 거의 없다. 우리나라와 대조적이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경제적 혜택을 주고, 육아 부담을 조금 줄여주는 식의 1차원적 접근으로는 더 이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난 15년간 28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끝에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저출산으로 가게 된 어떤 문화적 요소, 우리 삶의 가치적 측면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잘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문화적 다양성과 개인의 자율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대이다. 결혼해 아이를 낳은 집만 ‘정상 가족’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획기적 출산율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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