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393] 이모티콘-도형문자
카톡을 주고받을 때마다 문자 메시지 말미에 따라붙는 것이 이모티콘이다. 문자로는 표현하기가 미묘한 감성을 전달한다고나 할까. 풍성해진다. 이모티콘을 들여다보면서 이것도 문자의 일종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형문자(圖形文字), 그림문자인 것이다. 21세기에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새로 탄생한 문자로 말이다. 스마트폰이라는 기계가 없었으면 탄생이 불가능한 그림문자이기도 하다. 희로애락을 비롯한 감성을 표현하는 데 주특기가 있다.
이모티콘을 새롭게 등장한 문자 형태로 본다면 그다음에 드는 의문은 영어 알파벳이나 한자, 그리고 우리 한글과는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문자의 족보를 소급해 올라가볼 때 거시적 통찰을 얻는 수 있기 때문이다. 알파벳은 페니키아에서 시작되었고, 페니키아는 지중해의 해상무역으로 부를 누렸던 문명이다. 알파벳은 장사하는 데 필요한 상업적 문자에서 출발한 것이다. 장사가 무엇인가? 분명해야 한다.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아리송한 부분이 많으면 안된다. 애매하면 분쟁의 씨앗이 된다. 쉽고 간단하고 분명함. 이것이 알파벳의 장점이고 무역업의 본질에 알맞았다.
알파벳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들이 사용한 설형문자(楔形文字)와 관련이 깊다. 설(楔)은 쐐기를 가리킨다. 설형문자는 비옥한 토양에서 생산한 잉여 농산물을 주변국 특산품과 교역하는 용도였다고 전해진다. 정보가 늘어나면서 초기의 상형적 형태에서 탈피해 단순한 기호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집트 문자, 셈 문자, 그리스 문자, 로마 라틴어까지 계승되었다.
반면에 한자는 상업이 아니었다. 신탁(神託), 영적 파워를 통치 권력으로 전환하는 용도가 있었다(이승훈 ‘한자의 풍경’). 신의 뜻은 다층적이고 함축적이다. 한자는 여기에 맞았다. 애초 출발부터 알파벳과 다른 것이다.
한글은 세종대왕이라고 하는 임금님이 만들어낸 문자라고 한다면 이모티콘은 일반 민초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아래에서 올라온 문자라는 점에서 다르다. 사회적 합의가 없어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필자가 좋아하는 이모티콘을 그리는 이모티콘 작가 이은정(49). 그는 “중년들은 환한 꽃 그림을 좋아한다. 축하한다. 좋은 아침 보내세요 같은 밝은 단어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이라는 건조한 기계에서 피어나는 21세기 감성적인 그림문자가 이모티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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