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됐던 ELS 발행 다시 증가… 월 2조원 넘어
주가 하락으로 작년 위축됐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이 지난 1분기에 전 분기보다 2조3500억원 급증했다.
ELS는 주가지수, 특정 종목 주가 등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 파생 상품이다. 기초 자산 가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일정 가격을 웃돌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된다.
주가가 반 토막 나지 않는 한 수익률을 주는 ELS 구조를 볼 때, ELS 발행 증가는 증시 급락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옅어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ELS 투자 후 일정 하한선을 밑돌 경우 원금 손실을 입을 수 있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2월부터 ELS 발행 월 2조원 넘겨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ELS 원화·외화 발행액은 6조7500억원으로 작년 4분기의 4조4000억원보다 2조3500억원(53%) 늘었다.
특히 지난 2·3월에는 각각 2조3900억원, 2조7000억원 규모의 ELS가 발행되면서 빠르게 커졌다. ELS 월 발행액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작년 9월 이후 처음이다.
ELS 발행이 늘었다는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준금리 인상 우려에도 주가나 지수가 원금 손실 지점(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까지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ELS는 통상 6개월마다 평가해 기준가격(발행일 가격)의 75~95%(하락 한도)를 웃돌면 만기가 오지 않아도 이자와 원금을 미리 주고 조기 상환된다. 가령 코스피200지수가 6개월 후 최초 기준가의 95%, 12개월 후 90% 이상이면 원금과 수익을 함께 받고 조기 상환되는 식이다.
하지만 만기 이전에 한 번이라도 기준가격보다 45~55% 이상 하락(녹인·Knock-in 터치)한 적이 있으면 만기 시점까지 조기 상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기초 자산 하락률로 수익률이 결정 난다. 원금을 까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증시 반등, 낮은 예금 금리 영향
ELS 발행이 증가한 원인은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조기 상환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낮아졌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1분기 ELS 조기 상환액은 8조700억원으로 작년 4분기(6조1400억원)보다 31% 증가했다. 3월 ELS 조기 상환 규모는 4조1300억원으로 2월(2조2600억원)보다 2배 정도 커졌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상승하며 조기 상환이 꾸준히 이어졌다”며 “3월 1차 조기 상환 대상 물량은 주가 하락으로 기준가격 자체가 낮았던 작년 9월 발행된 것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에서 2~3%대로 하락한 점도 ELS 발행 시장의 호재로 꼽힌다. 연 6~10%의 ELS 수익률이 더 부각됐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조기 상환이 늘면서 2분기에도 ELS 발행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 연구원은 “코스피가 2분기 중 235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작년 4분기에 발행한 ELS도 대부분 조기 상환에 성공할 것”으로 봤다.
현재 증권사들은 코스피200·S&P500·유로스톡스50 등 다양한 지수와 종목들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를 판매 중이다. 연 수익률을 6~10%대다.
◇증시 급락 시 원금 손실 가능
하지만 ELS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원금 전부를 잃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작년 3분기에만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에서 6771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상업용 부동산 및 은행의 부실 우려 등 글로벌 경제에는 지뢰가 곳곳에 숨어있다.
ELS가 고난도 투자 상품으로 분류되는 만큼 정부는 ELS 가입 후 숙려 기간(이틀 이상)과 청약 의사 확정일(하루)을 부여하고 있다. 이 기간 투자자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투자를 물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별 종목보다는 주가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가 조금 더 안전한 편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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