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문화예술 콘텐츠 ‘티켓 플레이션’의 양면성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때 초토화됐던 분야는 경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계와 공연계 등 문화예술 분야에 밀어닥친 충격파는 외부에 알려진 것 이상으로 강력했고, 그 여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영화시장은 관람객이 급감하면서 멀티플렉스를 중심으로 60~80%의 매출 감소를 가져온 영화관이 수두룩했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영화관 중에는 한동안 문을 닫아야 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연극, 뮤지컬, 대중음악 등 공연계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예술인 긴급 지원금을 편성할 정도로 심각했다.
무대라는 폐쇄된 공간이 유일한 일터였던 수많은 예술인들은 한 순간에 공연 중단과 축소 등의 사태와 마주하면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연극배우 활동 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던 연기자들이 오토바이 배달 업무나 대리운전 등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는 소식은 새롭지도 않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팬데믹 직격탄에서 겨우 벗어나기 시작한 문화예술계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2년’이 악몽과 같았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매출 회복이었을 터. 그래서일까. 영화계와 공연계가 경쟁적으로 티켓값 올리기에 돌입하면서 급기야 ‘티켓 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대중예술을 대표하는 장르인 영화는 CGV를 시작으로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가격을 인상해 코로나 이전 대비 영화관 관람료는 평균 40% 가량 올랐다. 상업예술인 뮤지컬은 고가 행진을 갱신할 만큼 티켓 가격이 치솟고 있다. 코로나 이전 최고가였던 15만원이 지난해 11월 ‘웨스트사이드스토리’가 16만원(VIP석 기준)을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 ‘오페라의 유령’ VIP석은 19만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유럽 등 남의 나라 얘기로 들렸던 뮤지컬 티켓 20만원 시대가 코 앞에 닥친 셈이다.
순수예술로 분류되는 연극 무대 역시 고액 티켓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손석구, 박해수, 김유정 등 영화와 드라마 등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들이 출연한 연극은 10만원을 훌쩍 뛰어 넘어 최고 11만원(‘셰익스피어 인 러브’ VIP석 기준)을 기록했다. 예술성을 바탕으로 실험적 색깔이 강한 연극도 이른바 ‘스타 캐스팅’의 확산과 대극장 공연으로 대중예술 장르처럼 고급화 흐름이 뚜렷하다.
영화계와 공연계의 ‘티켓 플레이션’의 불가피성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 콘텐츠도 산업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티켓 값 인상은 적자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티켓 플레이션’이 사회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티켓 값이 오르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은 이리저리 플랫폼을 옮겨 다니면서 무료나 저렴한 콘텐츠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문화적 장벽이 생기게 되고, 문화향유 격차를 불러올 우려가 크다. ‘티켓 플레이션’이 문화적 차별과 불공정으로 이어지게 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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