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세계 수출점유율 14년만에 최저… “반도체 의존 수출 적신호”

김재형 기자 2023. 4. 1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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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2.6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무역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발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구조적인 변혁기로 들어섰다"라면서 "지난해 수출 비중 74.2%를 차지할 만큼 반도체 등 중간재에 크게 기댄 한국의 수출 구조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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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재편에 수출경쟁력 잃어
2019년부터 4년 연속 3% 밑돌아
무역수지도 13개월째 적자행진
“수출품목 다변화-고급화가 해법”
14일 인천 연수구 인천항에서 컨테이너 하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인천=뉴스1
지난해 세계 수출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2.6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반도체, 자동차부품 등 중간재 제조 품목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수출의 약점이 드러난 탓이다. 중국의 생산 내재화 등 보호무역주의로 기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한국의 수출 성과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공급망 재편에 중간재 수출 줄어

16일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수출 규모는 24조9045억 달러(약 3경2550조 원)로 이 중 한국의 수출액(6835억8400만 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2.74%에 머물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2.90%에서 2년 연속 하락(2021년 2.88%, 2022년 2.74%)한 것이다.

한국 수출액은 2009년 3635억3800만 달러에서 2017년 5620억2600만 달러로 54.60% 늘었다. 반도체, 자동차부품, 디스플레이, 선박해양구조물 등 중간재 수출량이 같은 기간 85.67% 급증한 영향이 컸다.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9년부터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상승 곡선을 그렸고, 2017년 정점(3.23%)을 찍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격화하고 무역 환경이 자국 중심주의로 기울던 2019년부터였다. 2019년 한국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42%가 줄었고,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에도 5.52% 추가 하락했다. 2021년과 지난해 수출액은 다시 반등했지만 전 세계 물동량 증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세계 수출 점유율 3%대는 여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19.9%에서 지난해 18.9%, 올해 1분기(1∼3월) 13.6%로 하락했다.

무역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발발과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세계 공급망이 구조적인 변혁기로 들어섰다”라면서 “지난해 수출 비중 74.2%를 차지할 만큼 반도체 등 중간재에 크게 기댄 한국의 수출 구조가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 무역수지도 마이너스 행보

한국의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도 최근 13개월 동안 마이너스 행보를 걷고 있다.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인 데다 3대 에너지원(석탄, 석유, 가스) 수입 가격이 급등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한국의 무역적자 규모는 역대 최대인 477억8400만 달러였다. 올해 1분기 무역적자 규모는 224억100만 달러로 작년 연간 적자의 46.90%나 된다.

재계에서는 상반기(1∼6월)까지는 적자 행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하려는 국제 수요가 여전히 줄어들고 있어서다.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던 중국이 중간재의 자국 생산을 추진한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 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SK하이닉스 역시 4조 원대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D램 가격이 일부 바닥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7∼12월)에 가서야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가 최근 감산 조치를 발표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던 원자재가 다시 상승 압력을 받는 것도 또 다른 악재로 꼽힌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지금과 같은 경기 침체기에는 경기 민감도가 높은 중간재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실적 악화가 도드라지기 마련이다”라며 “올해 상반기 무역 부진이 예상되는 긴 터널을 돌파하면서 수출 품목 다변화와 고급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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