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지방소멸이 불러올 언론 변화의 급물살
2015년 일본 도쿄대학교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 교수의 일본 지방소멸 경고가 한국에도 현실화되고 있다. 당시 마스다 교수는 2040년까지 일본 1799개 기초단체 중에서 49.8%가 소멸한다고 경고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지방소멸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고, 일본 못지않게 위험 징후가 큰 한국도 지방소멸 문제가 본격화되었다.
실제 한국의 지방소멸 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2024년께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학자도 많다. 취약한 인구구조는 국가 및 지역 경쟁력을 약화하고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이에 정부도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마련하여 올해부터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방소멸 위기상황이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언론의 위기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 지방소멸 위기에서 한국 언론이 직면한 문제는 첫째, 수도권과 지방의 정보 불평등 심화이다. 지금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언론사가 많고, 뉴스 비중도 높아서 지역의 정보 불평등은 심각하다. 내가 태어난 지방, 내가 사는 지역의 뉴스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지방이라는 공간의 정보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무형문화유산도 위협받고 있다. 지역 마을문화, 전승되는 놀이, 사투리의 구수함은 이제 사라질 것이다.
둘째, 인구 감소에 의한 지방소멸로 자연스럽게 지역언론시장은 위축될 것이다. 뉴스의 소비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지역 언론사들은 존재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반복된다면 지방소멸→지역언론 위기→정보 불평등 심화→지방의 인구유출→지방소멸 가속화란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셋째, 지역언론 붕괴는 한국 언론 전반의 위기로 확장될 것이다. 지역의 뉴스 생산구조가 무너진다면 현재의 언론사 분업구조와 뉴스 공유 네트워크 역시 무너진다. 그러면 중앙 언론사 역시 더욱 큰 비용을 내고 지방 뉴스와 정보 생산에 나서야 한다. 즉 지방소멸이 불러일으킬 언론 환경의 변화는 자칫 한국 언론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소멸에 직면한 한국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있을까? 아쉽게도 지방소멸의 파고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근본적 해법은 쉽지 않다. 완화 내지는 지연만이 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지방소멸 속도가 빠르고 사회적 영향도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첫째, 중앙 언론사의 지역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영국 BBC는 2021년 3월18일 발표에서 ‘Out of London’ 정책으로 뉴스 인력을 전국으로 이전할 것을 밝혔다. 이에 BBC TV와 라디오뉴스의 주요 부분이 런던 외부로 이전한다. 물론 언론사의 이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소외되었던 런던 이외 지역뉴스를 중앙언론사도 발굴하고 이를 전국에 알리겠다는 시도이다. 심각한 지역정보와 뉴스의 부족을 해소하는 데 일정한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핵심적 노력은 지역언론 자체의 변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수도권 중심 뉴스에서 벗어나 로컬뉴스 콘텐츠 발굴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것은 최근 지역 언론사들의 로컬뉴스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포털사가 언론사들이 생산한 뉴스를 유통함에 있어 지역뉴스를 다룬 좋은 콘텐츠에 좀 더 많은 할당을 한다면 지역 정보의 전국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소멸은 시작되었고 이에 따른 언론 변화 역시 급물살을 탈 것이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지방소멸이란 최대 위기의 해결자로서 일익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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