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이코노미스트 “삼성, 점유율 1위 안주하면 인텔 꼴 난다”
“지금처럼 메모리 반도체와 D램 점유율 1위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이면 인텔처럼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 이병철의 투지, 도전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삼성은 인텔과 같은 안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칼럼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경고를 보냈다.
삼성이 지난 7일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삼성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이코노미스트는 “메모리 3강(强) 구도에서 삼성의 위치가 너무 안정적이어서 경쟁사에서 더 이상 점유율을 뺏고 싶지 않은 것 같다”며 “시장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지만 삼성이 자만심에 빠질 수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 기관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삼성이 보인 태도도 지적했다. 당시 삼성은 “지난 10년간 자본 지출이 안정화됐고, 반도체 3사가 합리적으로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균형이 잡혔다”고 했다. 이런 모습은 삼성이 경쟁사의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기보다 2035년까지 약 3000억 달러로 세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D램 시장의 성장세에 편승하는 데 만족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스타일이 삼성답지 않다고 했다. 삼성은 투지 혹은 철저한 업무 윤리로 메모리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지위를 차지했으며, 경기 하강 때 늘 최후의 생존자였고 남들이 어려울 때 시장 점유율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과거 반도체 시장을 이끌다 왕좌를 빼앗긴 인텔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 D램과 낸드 제조 기술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혁신적 우위를 잃었다”면서 “2010년대 후반, 첨단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 TSMC와 삼성에 밀리기 시작할 당시 챔피언 인텔도 그런 분위기였다”고 했다.
2030년까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하겠다는 삼성의 목표도 불안하다고 평가했다.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하면서 시장의 58%를 장악하고 있는 TSMC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체 반도체와 파운드리를 함께 생산하는 삼성의 사업 모델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제프린 케인의 저서 ‘삼성 라이징’을 인용하면서 이병철 창업 회장의 ‘도쿄 선언’ 이후 삼성이 보여줬던 도전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시 삼성의 첫 반도체 공장이 불과 6개월 만에 완공됐고, 임원들이 잠도 자지 않고 하루 16시간씩 근무한 일화를 소개하며 “‘진정한 근성’으로 불리는 ‘리(Lee·이병철)’ 스타일을 되살려야 한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terview] “S. Korea’s leap to middle power hinges on fair distribution and growth” says the former PM
- [에스프레소] 그때 제대로 사과했다면
- [특파원 리포트] 디샌티스가 내친 功臣 품은 트럼프
- [백영옥의 말과 글] [380] ‘비교지옥’을 끝내는 적당한 삶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2] 스위스 아미 나이프
- A new dawn for Yeoseong Gukgeuk and its unwavering devotees
- “인간은 사회의 짐, 사라져”... ‘고령화’ 질문에 폭언 쏟아낸 AI챗봇
- 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9조2000억원 보조금 확정
- 러 반정부 세력 견제하려...강제수용소 박물관 폐쇄
- 한국야구, 일본에 3대6 역전패… 프리미어12 예선 탈락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