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라니, 적금 깼소… 주식·채권으로 ‘머니무브’
직장인 박모(39)씨는 1년 전 가입했던 정기예금 만기가 되자 전액 인출해 증권사 계좌로 옮겼다. 정기예금에 재예치하려고 보니, 저축은행도 금리가 연 3%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작년 말 예금 금리가 연 5~6%대까지 올랐을 때만 해도 예금에 넣는 게 마음 편하겠다 싶었는데, 순식간에 예금 금리가 너무 낮아졌다”면서 “만기 돌아온 여윳돈으로 요즘 엄청 오른다는 코스닥 종목에 투자해볼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금리 인상이 사실상 끝났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연 5%대까지 올랐던 은행 예·적금 금리가 최근 3%대로 내려오면서,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투자자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코스닥 지수가 연초 이후 33% 상승하며 900선을 돌파하는 등 세계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안전 자산으로 대피했던 자금이 위험 자산으로 돌아오는 ‘머니무브’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적금서 빠진 돈, 증시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최근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우대금리를 최고로 받는다고 해도 연 3.40~3.80%, 적금은 연 3.90~4.65%에 불과하다. 지난해 하반기 5%대 정기예금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던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 예·적금에선 자금이 빠져나가는 중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842조4300억원으로 전달 말(853조200억원)보다 10조원 넘게 줄었다. 한창 금리가 높아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은행으로 몰렸던 지난해 11월(865조6500억원)과 비교하면 23조원이나 줄었다.
은행을 빠져나간 돈은 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3일 기준 53조6240억원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43조6930억원)보다 22.7% 늘어난 수치다. 투자자 예탁금은 증시 대기 자금으로,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의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통한다.
증시 거래 대금도 급격히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 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시장의 올해 첫 거래일 거래 대금은 각각 5조1200억원, 4조3700억원이었는데, 14일에는 각각 12조8609억원, 13조7538억원까지 늘어났다. 올 들어 주가가 500% 급등한 ‘에코프로 대란’에서 보듯,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좇는 개인투자자들이 2차전지 등 코스닥 일부 성장주에 과열 투자 양상도 보이고 있다.
◇채권에 목돈, 주담대도 다시 ‘들썩’
발 빠른 투자자들은 예금을 떠나 채권으로도 눈을 돌리는 중이다. 금리가 정점을 찍고 조만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면서 채권 금리 하락(채권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집계한 올해 1분기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8조655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조4451억원)보다 5배가량 많았다. 증시에 상장돼 거래가 쉬운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렸다. 금융정보업체 KG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4일까지 채권형 ETF(단기 매칭형 미포함)에는 3조8685억원이 유입됐다.
예금 금리와 함께 대출 금리도 확연히 낮아지면서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전보다 2조3000억원 불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 대출이 3월에 2조3000억원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일반 주담대가 한 달 새 4조6000억원 급증한 것이다.
최근 급매물이 팔리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하락폭이 축소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2675건으로 2021년 9월(2694건) 이후 18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윤옥자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아파트 매매가 지난해 수준의 부진에서 조금 벗어난 것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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