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5억짜리 고흥 우주과학관 본 사람은 낯이 뜨거워지는 이유
전남 고흥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나로우주센터 발사장 옆에는 우주과학관이 있습니다. 이곳의 대표 시설인 4D 돔 영상관은 2020년 1월부터 3년 넘게 닫혀 있습니다. PC가 고장 났기 때문입니다. “고쳐서 다시 상영을 시작하면 안 되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두조차 못 내는 형편입니다. 10억원 정도가 필요한데, 우주과학관의 1년 운영 예산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국산 발사체 누리호와 달 탐사선 다누리 발사에 성공하며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우리 기술을 알릴 우주과학관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셈입니다.
2009년 6월 개관한 우주과학관에는 405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개선 작업이 없어 시설이 노후하고, 우주 관련 콘텐츠도 15년 전 개관 때 그대로입니다. 사실상 방치된 겁니다. 우주과학관에는 전시물 105점이 있지만 최신 성과는 찾아보기 어렵고, 그나마 대부분 모형입니다. 연간 10만명 정도가 찾지만 우주 체험 시설도 부족합니다. 3D 영상관은 콘텐츠가 하나뿐이고, 기초 원리에 관한 체험형 시설도 잦은 고장으로 멈춰 있습니다. 한 유튜버는 “전기차, 자율주행차가 화두인 지금 도색도 곳곳이 벗겨져 있고 타이어가 하나 빠진 2009년식 쏘나타를 보러 간 느낌”이라고 했습니다.
우주과학관 관리 부실은 적은 예산과 인원 때문입니다. 항우연 예산으로 운영하다 보니, 우주과학관 예산을 늘리며 연구 예산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죠. 부지가 11만159㎡(약 3만3000평)에 이르는 시설에 항우연 직원 3명을 포함해 총 24명만 근무하고 있습니다.
항우연은 최근 우주과학관 리모델링을 위한 조사에 나섰습니다. 목표는 매년 150만명이 찾는 미국 케네디우주센터 같은 곳이 되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아폴로 달 착륙선과 발사체 새턴V를 비롯해 역사적 과학 성과가 실물로 전시돼 있습니다. 엄청난 국가 예산을 쓰고 있는 우주개발에서 국민 공감대를 얻는 일도 연구의 성공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세계에도 부끄럽지 않은 우주과학관이 꼭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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