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 침묵
그는 천천히 어깻죽지의 날개를 제거했다
그로써 갈망하던 대로 착지를 얻었다
다음으로 그는 팔과 다리를 분질러 부동을 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기어이 눈을 찔러 멀게 하고
입과 코와 귀마저 샐 틈 없이 봉해버리자
비로소 오감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가 그를 껴안았다
그가 바란 궁극이 그것이었으니
그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 우리가 관여하거나
판별하기는 적절치도 않거니와
이젠 그가 자유로이 허공을 떠돌던 영혼임을 알지 못한다
단지 그가 오래된 신비로운 언어를
마침내 터득했음을 감지할 따름이어서
제대로 알아들을 이가 고작 몇몇일까마는
지나가며 바위에 쫑긋 귀를 댔다가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다.
이학성(1961~)
시인은 시 ‘멈춰선 돌멩이’에서 세상 어디로든 멀리 가고 싶었지만 “애타게 기다리는 이” 때문에 돌아와 침묵하며 산다고 했다. 돌멩이가 날아온 곳으로 돌아가려면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야” 한다고 했다. 돌멩이에서 바위로 사물이 바뀌긴 했지만 이 시는 ‘멈춰선 돌멩이’의 후속편 같다. 아니 바위가 되는 과정으로 보면 ‘침묵’하기 전 상황이다. “날개를 제거”하고, “팔과 다리를” 분지르고, 스스로 눈을 멀게 하고, 입·코·귀를 봉하자 비로소 침묵에 든다.
오감은 오욕칠정(五慾七情), 즉 사람의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 다섯 가지 욕망과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 일곱 가지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궁극은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경지다. 비록 자유로이 허공을 떠돌 자유를 잃었지만, 마음만은 평안하다. “오래된 신비로운 언어”는 침묵이다. 침묵은 단순히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말로 죄를 짓지 않는 행위다. 침묵의 언어에 귀 기울여 스스로 마음을 씻을 일이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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