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10배 커진 펫보험 시장… “떠오르는 블루오션” [마이머니]

이병훈 2023. 4. 17.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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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다양한 상품 선보여
국내 4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 양육
원수보험료 4년 새 26배 가까이 급증
아직 미개척지… 보험사들 앞다퉈 참여
메리츠 ‘펫퍼민트’ 의료비 80%까지 보장
삼성화재 ‘위풍댕댕’ 반려묘 상품도 출시
DB·NH손보에선 사망시 장례비 지급
높은 보험료 부담… 가입률 0.8%에 그쳐
업계 “진료체계 정비 등 제도 개선해야”
우리 삶에 반려동물이 일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험업계도 반려동물 시장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각 보험사는 반려동물 관련 지출 비중이 가장 큰 동물병원 진료비 보장을 중심으로 반려인 상해 보장, 장례비 지원 등 다양한 반려동물보험(펫보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시장이 자리 잡으면서 가입 건수가 4년여 만에 10배 넘게 늘어나는 등 고객도 호응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가입률이 1%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은 과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시행한 ‘2022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반려동물 양육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5.4%였다. 국내 전체 가구수(2370만5814세대)와 평균 세대원 수(2.17명)를 고려하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지난해 기준 602만가구, 1306만명으로 추정된다.
전체 가구의 25%가 연관된 반려동물 시장은 보험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서 매력적이다. 같은 조사에서 가장 많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이용은 동물병원(71.8%)이었고, 마리당 월평균 양육 비용은 약 15만원이었다. 반려동물 양육비 대부분을 의료비로 지출하는 상황에서 관련 보험 주목도가 상승한 것이다.

이에 일부 보험사는 2008년 시행 예정이었던 동물보호법 개정에 발맞춰 반려동물보험을 출시했으나 손해율이 커지며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제도적 기반이 미비한 상황에서 반려동물보험을 출시해 손실을 봤다는 분석이다. 시간이 지나며 상황은 달라졌다. 반려동물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는 2017년 3개사에 불과했으나, 올해 현재 11개사로 급증했다. 2014년 동물등록제가 의무화하면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고, 필요성 인식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보험 시장이 새로운 미개척지로 주목받게 된 것이다.

관련 상품의 가입자 수와 원수보험료(보험회사가 대리점 등을 통해 보험 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액수 모두 크게 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8년 7005건에 그쳤던 보험 계약 건수는 지난해 7만1900여건으로 10배 넘게 급증했다. 원수보험료는 11억2000만원에서 287억5400만원으로 26배 가까이 늘었다.
보험연구원은 ‘반려동물보험시장의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서 “반려동물 고령화와 의료 기술의 발달로 동물병원 진료비 부담이 증가했다”며 “(이에) 반려동물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보험시장도 양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비 보장부터 장례 지원까지

대표적인 반려동물보험 상품은 메리츠화재가 선보인 반려동물 실손의료비보험 ‘펫퍼민트’다. 시장 전체에서 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018년 10월 출시 후 올해 1월 기준으로 반려견 5만8000여마리, 반려묘 6700여마리가 가입돼 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펫퍼민트의 보장 비율과 가입 연령을 기존 대비 확대한 ‘(무)펫퍼민트 퍼피앤홈(Puppy&Home)보험’, ‘(무)펫퍼민트 캣앤홈(Cat&Home)보험’을 내놨다. 이 상품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의료비 보장 비율을 기존 최대 70%에서 80%까지 확대했다. 최고 가입 연령도 기존 생후 3개월∼만 8세에서 만 10세까지로 늘렸다. 3년 단위 갱신을 통해 최대 만 20세까지 보장한다. 고객은 만 8세까지 가입 가능한 고급형(80%)과 기본형(70%), 만 10세까지 가입 가능한 실속형(50%) 중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국내 거주 반려견과 반려묘는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가입 가능하며, 추가로 올해 2월부터 고양이 동물등록 시범사업이 전국으로 확대 시행된 점을 반영해 기존 반려견에만 적용하던 동물등록번호 고지 시 보험료 2% 할인 혜택을 반려묘까지 확대 적용했다. 반려동물이 집에서 전선을 물어뜯거나 화재 사고가 있는 점을 반영해 주택화재손해와 화재배상책임 담보를 추가한 것도 특징이다.

삼성화재도 지난해 반려견 대상 ‘위풍댕댕’을 판매 중이다. 올해 3월에는 반려묘 대상 상품도 출시했다. 반려견과 반려묘는 생후 61일부터 만 10세까지 가입 가능하며, 3년 또는 5년 주기 갱신을 통해 최대 2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다. 의료비 담보의 보장 비율은 실제 치료비의 50%, 70% 또는 80% 중 선택할 수 있다. 수술비 확장 담보를 선택 가입할 수 있으며, 의료비 보장 금액을 초과하는 고비용 수술에 대한 보장으로 하루 기준 최대 250만원 한도로 연 2회까지 보장한다.

반려견과 산책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해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도 특징이다. 반려인의 상해고도후유장해 보장과 함께 상해수술비, 상해입원일당, 골절진단비 등을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현대해상은 ‘건강한펫케어보험’을 통해 동물병원 치료비의 보상 한도를 30만원까지 제공한다. 반려견에게 자주 발생하는 피부 질환과 구강 질환도 보장되며, 슬·고관절 탈구도 확장 특약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다. 반려견이 사람이나 다른 반려동물을 다치게 하는 경우에 대비한 반려견 배상책임 담보도 최대 10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

반려 문화 정착으로 반려동물의 노령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상품도 있다. DB손해보험의 ‘아이러브펫보험’은 의료비 실손 보상과 함께 장례지원비와 배상책임 담보를 운영하고 있다. 반려견이 사망했을 때 장례지원비 30만원을 지급하고, 반려견이 사고로 타인의 신체에 상해를 입히거나 타인 소유의 반려동물에 손해를 입힌 경우 사고당 500만원 한도로 보상을 제공한다. NH농협손해보험의 ‘반려동물장제비보험’은 1년 만기 상품으로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 장례비용으로 보험금 30만원을 지급한다.

◆가입률 1% 미만… “제도 개선해야”

보험업계가 반려 가구를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의 모든 상품의 가입 대상이 개와 고양이로 한정적인 데다, 보험료도 일반적으로 4만∼5만원에서 높게는 7만∼8만원에 달해 부담으로 작용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반려동물보험 가입률은 0.8%에 불과하다. 스웨덴(40%), 영국(25.0%), 미국(2.5%)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손보협회는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으로 수의사법 개정을 통한 동물병원의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 반려동물 진료 정보 표준화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진료비 관련 통계 및 데이터 부족으로 보험료 산정 및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21년 기준 38% 수준에 그치고 있는 반려동물 등록률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보험사의 관심은 높으나,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업체들이) 시장 확대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반려동물 진료와 관련한 관리 체계 미비 등이 반려인의 진료비 부담, 낮은 보험 가입률 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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